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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상수도 계량기를 확인하는 검침원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포항시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구제하는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3년부터 포항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상수도 계량기 검침원으로 일했다. 그는 1년 또는 2년 주기로 계약을 갱신하며, 2017년 12월31일까지 위탁계약을 맺었다. 그러던 중 포항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2017년 3월, A씨의 업무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A씨가 매달 1회씩 해야 하는 계량기 검침을 하지 않고, 임의로 검침기 14개의 검침량을 입력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상수도 요금을 잘못 부과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포항시의 계약 만료 전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지노위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이 사건은 중노위로 넘어갔고, 중노위는 “A씨가 근로자에 해당하고, 징계사유는 정당하지만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징계 또한 지나치게 무겁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포항시가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탁계약의 내용을 보면 포항시의 지휘에 따른 업무 처리를 전제하고 있고, A씨가 위탁계약에 따라 처리할 검침 업무 내용 역시 포항시가 결정한다”며 “포항시는 A씨의 업무수행에서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 “근로자 의사에 반해,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 근로계약관계 종료는 해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징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14개의 검침기 중 적어도 5개의 검침에 대한 부분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또 441만원의 상수도 요금을 추가로 부과해 민원을 야기했다는 징계사유 역시, 이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제출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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