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된 쥴, 릴 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CSV)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면서 정부가 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인 세금을 높여 과세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고, 세수 손실도 줄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는 부처 공동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세율 조정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연구 기간을 3개월로 제시한 만큼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세율 인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14일 조달청 나라장터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조정방안 연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담배에는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여러 법렬에 근거한 세금, 부담금을 합산하는데 지방세인 담배소비세 비중이 가장 크고,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등도 담배소비세에 비례해 결정되는 구조여서 지방세법을 관장하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용역에 나선 것이다.
행안부는 이달 중 연구 기관을 선정한 뒤 10월 중 중간보고, 12월 중 최종 보고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잠정 수립했다. 연구 수행기간을 3개월로 제시한 만큼 늦어도 내년 1월에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5월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국내에 상륙하면서다. 쥴의 팟(Pod) 1개 가격은 4,500원으로 일반 담배 1갑 가격과 같지만, 현재 부과되는 세금은 일반 담배의 50% 수준이다. 일반 담배는 1갑(20개비) 기준으로 과세되는 반면, 쥴을 비롯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세금 비중이 작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재정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출시 당시(2017년 2분기) 전체 담배 판매량 비중 0.2%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 11.5%로 급성장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출시 첫 달인 올해 5월 0.8%, 6월에는 1.3%로 가파른 성장세다.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전체 전자담배 시장의 72%를 차지하면서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를 넘어선 상태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공개한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에 따른 건강증진기금 변화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10%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이 2,000억원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소비세와 지방소비세 등 다른 세금도 이에 비례해 감소하게 된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담뱃세 인상 논의에 나선 데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됐다. 피우기 간편한데다 냄새, 연기가 덜하고 팟 종류에 따라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어 청소년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사 결과 미국 내 전자담배 이용 청소년은 지난해 100만명에서 올해 350만명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해외의 담배 관련 세제와 담배가격 변화에 따른 흡연율 변화, 세대간 전자담배 소비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행안부와 기재부, 복지부 공동으로 적정 제세부담금 산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결과를 토대로 세율 조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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