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월 실무협상 제안에 美 화답으로 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존 볼턴(왼쪽)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연합뉴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추후 북미 협상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다 유연한 북미 대화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볼턴 보좌관 경질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부와 외교가에서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일단은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주창해 온 인물이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 와 ‘슈퍼 매파’로 불린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은닉된 다른 시설 폐기까지 요구하는 ‘영변 플러스 알파’를 주장해 회담 결렬의 주역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강경 목소리를 내온 만큼 그가 물러나면 북미 대화가 다시 속력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외교 소식통은 “기본적으로는 북미 대화가 호전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그동안 했던 말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아 9월 하순 실제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느냐가 중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볼턴 보좌관 경질 발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9월 실무협상 개최’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볼턴의 퇴장은 미국의 화답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볼턴 교체가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간 의견 대립은 대부분 이란과 중남미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고, 볼턴 보좌관 경질설은 이미 6월부터 흘러나왔던 만큼 북한 문제에서 그의 영향력이 줄어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비난하던 볼턴의 경질이 오히려 떡을 하나 더 준 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이 대 이란 외교에 더 무게를 실으며 북한 비핵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예측도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오랜 기간 쌓아 온 신뢰 채널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새 인물과 신뢰관계 형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정부는 후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인선과 미국 외교ㆍ안보 정책을 주시하면서 미국 측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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