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참석차 가던 길에 본능적으로 구조 작업
“다른 용감한 시민들도 사고 현장서 구조 나섰을 것”
지난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부산에는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부산 북부 소방서 소속 김용(36) 소방사는 아내인 양산 중앙119안전센터 이단비(29) 소방사와 친구인 서울 노원구조대 조현민(35) 소방교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부산 문현동 지인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휴무 중이었던 이들은 부산 기장군 두명터널을 통과한 직후 승용차 한 대가 전복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소방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차를 급히 세웠다.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전복된 차량과 충돌하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자신의 차를 사고 차량의 뒤 쪽인 1차선에서 세웠다. 이어 신속하게 트렁크를 열고 차량의 비상등을 켠 뒤 차 문을 열어 뒤 따르는 차들에게 사고가 난 것을 알렸다. 이런 사고가 났을 때 과거에 하는 것처럼 삼각대를 세우는 것은 오히려 2차 사고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 소방사 등은 즉시 사고가 난 차량으로 달려갔다. 전복된 차량의 창문으로 기어서 빠져 나온 주부(32)가 밖에서 차량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의 아들(6)을 끄집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주부는 “애기, 애기”하며 큰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아들이 차에 있다는 것을 알렸다. 김 소방사 등은 자신이 평소에 배운 절차 대로 주부의 부상 정도 등을 살피면서 안심을 시키는 동시에 어린이를 무사히 차량에서 구조했다.
이어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자신의 비상 구급 장비를 가지고, 얼굴 등에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던 주부에게 응급조치를 하고, 모녀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사고 현장인 자동차 전용 도로에는 많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김 소방사 등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사고가 난 1차로가 아닌 2차로로 차량들이 다닐 수 있도록 손짓으로 사고가 났다는 것도 알렸다. 사고 현장은 곡선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어서 추가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김 소방사는 다리에 부상을 당한 주부를 업고, 아내인 이 소방사는 사고 차량에서 구조한 어린이를 안고 자신들의 차량에 태운 뒤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치료와 심리적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구급차가 도착해 병원으로 옮겨진 모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 소방사는 "평소에 개인 차량에도 비상 구급 장비를 가지고 다니면서 항상 비상 사태에 대비한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저희가 소방관이라서 그런 것보다 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른 용감한 시민들도 그 상황에서 구조를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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