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 ‘워커홀릭’ 멜론 등 주요차트 1위
윤종신 등 같은 제목 신곡 잇따라 발표
세대ㆍ장르 초월해 ‘과부하 한탄’ ‘가족주의 함몰 경계 신호’
10월부터 잠시 연예 활동을 중단하는 가수 윤종신이 10일 신곡 '워커홀릭'을 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힘들지 않아요?” 가수 윤종신은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걱정부터 듣는다. 곡 작업을 비롯해 여러 방송 출연,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로 영상 콘텐츠 기획까지 도맡아 쉴 틈이 없어 보여서다.

수년 동안 ‘소’처럼 일했던 윤종신은 잠시 연예 활동을 중단한다. 10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훌쩍 떠나 ‘이방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창작에 새로운 물을 대기 위한 시도다. 그가 태어난 지 50년, 노래 만들고 부른 지 30년 되는 해 처음 시도하는 모험이다. 윤종신은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는 창작자의 몸부림으로 생각해 달라”라고 말했다. 윤종신은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와 JTBC ‘방구석 1열’ 마지막 녹화도 최근 마쳤다. 주변을 정리한 윤종신은 10일 ‘월간 윤종신 9월호’로 신곡 ‘워커홀릭’을 냈다. 일 중독이었던 그가 쓴 노랫말은 이랬다. “다행히도 지친 몸은 날 어느새 잠들게 해줘 눈을 뜨면 기계적으로 나가.”

윤종신뿐만이 아니다. 가수들이 일 중독 관련 노래들을 잇따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추석 연휴를 눈앞에 둔 11일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선 일상의 부대낌을 노래한 곡이 가장 인기다.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가 10일 낸 신곡 ‘워커홀릭’이다. 볼빨간사춘기는 이 곡에서 “머리 아픈 일들만 가득해, 난 지금 과부하가 왔음”이라고 노래한다. 2016년 노래 ‘우주를 줄게’를 시작으로 ‘좋다고 말해’ ‘남이 될 수 있을까’ ‘썸 탈꺼야’ 등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지만, 때론 ‘자기복제’란 비판 속에 창작에 매달려야 했던 고단했던 심경 고백이 담겼다. 앞서 지난 7일 래퍼 더 마인드는 “당연한 듯 7일 워크타임 원하는 게 뭐야?”라고 랩을 한 곡 ‘워커홀릭 코스프레’를 냈다. 일주일 사이 일 중독을 주제로 제목까지 비슷한 노래가 세 곡이 연달아 나왔다.

여성듀오 볼빨간사춘기 멤버인 안지영은 10일 신곡 '워커홀릭'을 내 멜론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라드부터 힙합까지.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일 중독 현상이 가수들의 창작 화두가 됐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세대를 초월한 시대적 과제가 된 결과”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직장인이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씁쓸한 현실이 대중음악에 자연스럽게 소환된 것이다.

대중음악은 일에 대한 시대적 관점 및 풍경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밴드 동물원은 1993년 낸 노래 ‘주말 보내기’에서 “토요일 오후 정신없이 바쁘던 일과가 끝나면 나는 넥타이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라고 노래한다. 2000년대 들어 주 5일 근무가 시행되기 전 직장인 얘기다. 25년여가 흘러 가장도 변했다. 윤종신의 행보와 ‘워커홀릭’ 발표는 가족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요즘 중년의 자화상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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