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연락 주세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 곁엔 1393.’
24시간 자살예방 상담전화 포스터에 쓰인 안내 문구다. 보건복지부가 직접 운영하며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이 전화는 지난해 말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종전에도 자살예방 상담전화가 있었으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인지도가 낮거나 상담 인력이 많지 않고,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 기존 지자체가 운영하는 8자리 전화번호는 인지도가 낮고 기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상담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1393 전화마저 인력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자살예방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관계자 A씨는 “종종 1393 상담전화의 대기 시간이 길다는 지적을 받는데, 일부 자살예방 상담센터가 운영을 하지 않는 추석 연휴에는 1393에 상담 전화가 집중돼 대기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393 상담전화를 운영하는 콜센터에서 동시에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력의 숫자는 8명 정도다. 목표정원인 35명이 다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3교대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적 생각에 빠진 내담자를 설득해야 하므로 한 통화에 걸리는 시간도 30분 이상으로 매우 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마지막 희망을 찾아 전화를 걸어 온 사람에게 긴 대기시간은 자칫 더 큰 좌절을 줄 수도 있어 충분한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콜센터 인원 부족은 정원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처우 문제로 채용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담심리 관련 석사학위 이상을 갖고 있고 임상 경험도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지만 3교대 근무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큰데다 처우마저 좋지 않다는 것. 물론 이 같은 사정은 복지부가 운영하는 여러 상담센터가 비슷한 상황이다. 콜센터 관계자는 “처우 개선이나 인력 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과장은 “1393의 대기시간과 관련한 문제는 들어서 잘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시작돼 아직 1년도 되지 않아 충분히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내년 예산에는 처우 개선 예산이 적지만 반영됐고, 예정대로 충원을 하면 대기시간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