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캉스’ ‘명절대피소’… 나홀로 보내는 이색 명절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이여진(36)씨는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보낼 생각이다. 이씨는 “올 추석에는 연휴가 유독 짧아 열차 승차권 예매부터 쉽지 않을 것 같아 지난 주에 미리 고향에 다녀왔다”며 “연휴 때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에도 이씨처럼 나 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른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들은 연휴 기간 귀향을 하기보다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고 밀린 공부를 하는 등 자기발전과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새해를 시작하며 가족들과 덕담을 나누는 설과 추석은 성격이 다른 데다 올해는 연휴 기간도 4일로, 상대적으로 짧다. 이 때문에 복잡한 귀성ㆍ귀경길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나홀로 추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9일 성인남녀 2,835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8%가 ‘나혼자 추석을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혼주족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9.8%가 ‘그렇다’고 답했다. 올 명절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복수응답)으로 충분한 휴식(44.8%)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가족, 친지모임(41.8%)’은 휴식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그 외 근무(25.6%), 개인적인 공부(23.7%), 명절 일손 돕기(19.1%), 구직 활동과 취업 준비(18.6%)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인 휴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혼추족이 가장 선호하는 명절 나기는 이른바 ‘추캉스(추석에 떠나는 휴가)’다. 짧은 연휴 동안 귀성을 하기보다는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호텔 등에서 심신을 달래는 식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1인 전용 호텔 패키지도 나왔다. 롯데호텔서울은 객실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면서 럭셔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혼텔족(1인 투숙객)’을 위한 패키지를 구성했다.

파고다어학원 제공.

이미 새로운 트렌드가 된 ‘명절대피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명절대피소는 명절을 맞아 모이는 일가 친척을 피해 혼추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장소다. 일부 영어학원에서 명절 연휴 기간의 학습을 목표로 특강 등을 개설했던 데서 확산됐다. 2015년 명절대피소라는 단어를 처음 붙였던 파고다어학원은 올해도 12일부터 15일까지 4일 동안 일종의 공부방을 개설했다. 컵라면 등 비상식량과 인터넷 강의 프리패스권도 무료 증정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서울 시내 주요 미술관도 대부분 추석 당일만 휴관해 명절대피소로 인기가 높다. 대림미술관 등 일부 미술관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다양한 행사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에어비앤비 트립 제공.

명절을 피하기보다 혼자서라도 명절 분위기를 내며 즐기길 원하는 혼추족을 위한 각종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바쁜 일상 속에 미처 하지 못했던 취미 활동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나 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어비앤비의 체험여행 플랫폼 트립에는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참여할 수 있는 동양화 그리기, 자개작품 만들기, 국악 라이브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했다.

각 오픈마켓에는 아예 혼추족을 위한 별도의 카테고리도 등장해 명절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픈마켓 11번가와 쿠팡 등에서는 ‘나 홀로 명절관’ 카테고리를 만들어 혼추족에게 필요한 추석 전을 만들어 먹는 키트 등 간편식을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가 하면 혼자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표 1매 할인이나 혼추족의 활용도가 높은 편의점 상품권 할인 상품도 나왔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