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을 통합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정책금융 기관을 통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자는 취지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필요성에 대해서는 “쓸데없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 기관이 분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회가 된다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산은과 수은이 정책적 필요가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으로서 중첩되는 업무가 많은데, 두 기관이 합치면 인력ㆍ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기업 지원에도 보다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 간 협의된 사항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며 “현실적으로 부처 간 이해관계로 (통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은은 금융위원회, 수은은 기획재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통합’ 발언은 다분히 도발적이다. 앞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산업은행과 옛 정책금융공사를 재통합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책금융기능을 다시 정리하자는 논의가 있긴 했지만, 산은과 수은을 합치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이 회장의 ‘돌발 발언’에 산은 내부는 당혹해 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거듭 “회장님의 사견이고, 금융위와 논의한 게 전혀 없다”며 거리를 뒀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산은이 퇴보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 회장은 “해외 진출로 국제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지방 이전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지역 정치인 중심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정치권에서 대세는 아닌 걸로 안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수은 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표명했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월 은 위원장은 국책은행이 “서울에 있어야 경쟁력에 유리하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간 한국지엠(GM)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온 이 회장은 최근 노조 파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GM노조는 임금협상이 결렬됐다는 이유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 회장은 “적자 기업에서 평균연봉 1억원 넘는 분들이 파업하는 건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간다”며 “하루 빨리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파업 국면에서 산은이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GM이 나락으로 떨어져 철수설이 나오면 산은이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산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원칙과 관해 “FI(재무적투자자) 단독으로는 (인수가) 안 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후보로는 애경그룹ㆍ현대산업개발ㆍ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외에도 FI 자격으로 참여한 사모펀드 KCGI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맞선을 보려면 조만간 (전략적투자자(SI)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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