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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트럼프 효과

입력
2019.09.16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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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토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토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부주의하고 분열을 조장했다고 비난받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그의 기괴한 행동, 트위터, 정략적 게임에만 너무 집중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 역사가들은 그저 작은 실수로 판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이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사소한 역사적 실수가 될지다.

현재 트럼프 논쟁은 오래된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주요 역사 사건이 인간 선택의 산물인가, 통제할 수 없는 정치경제적 힘에 인한 구조적 요인의 결과인가.

지난 세기 미국 외교정책에서 나타난 지도자의 선택과 실패를 이해하면 트럼프에 대한 의문에 더 잘 답변할 수 있다. 모든 시대 지도자들은 자신의 독자적 판단으로 변화의 힘에 맞서 왔다 생각했지만, 인간 본성은 그리 다르지 않다. 선택이 중요하다. 그리고 방관하는 것도 개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1930년대에는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못한 미국 지도자들의 선택 탓에 생지옥이 벌어졌다. 핵무기를 미국이 독점하고 있을 때, 사용을 거부한 미국 대통령들의 선택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중대 선택은 상황에 의한 걸까 아니면 사람에 의한 걸까. 한 세기를 되돌아보면, 우드로 윌슨은 전통을 깨고 미군을 유럽에 보냈지만, 그건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다른 지도자도 그랬을 수 있다. 윌슨이 다른 점은 규범적 정당화와 이와 다르게 역효과를 불러온 국가연맹참여를 거부한 이분법적 완고함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진주만 공습 전까진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시키지 못했는데, 보수적 고립주의자가 대통령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의 위협에 대한 루스벨트의 판단과 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는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에 미국이 참여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두 초강대국의 양극 구조는 냉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해리 트루먼 대신 (1944년 루스벨트가 버린 부통령) 헨리 월리스가 대통령이 됐다면 미국의 대응 방식과 시기가 달랐을 수도 있다. 또 1952년 선거에서 고립주의자 로버트 태프트나 적극적인 더글러스 맥아더가 대통령이었다면 후임자 아이젠하워처럼 트루먼의 봉쇄전략을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거다.

존 F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 맞서 핵전쟁을 피하고 최초의 핵 군비 통제 협정을 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와 린든 존슨은 나라를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트렸다. 세기말, 소비에트의 붕괴는 구조적 힘이 큰 역할을 했고,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그 붕괴를 앞당겼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의 군사력 증강 및 협상 기술과 조지 H W 부시의 위기 관리능력은 평화로운 냉전 종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지도자와 그의 능력은 중요한 문제다. 이는 트럼프의 행태를 쉽게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불길한 결론이다. 그의 트위터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가 여러 기관과 동맹국, 그리고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고 70년간 유지되어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무시한 첫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첫 국방부 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최근 대통령이 동맹국에 보인 소홀함에 대해 개탄했다.

대통령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적 능력과 조직능력도 중요하지만, 자기 인식, 자기 통제력을 형성하는 정서 지능과 지도자가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그 동향을 활용하는 상황 지능도 중요하다. 트럼프는 이런 정서 지능과 상황 지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리더십 이론가 가우탐 무쿤다는 확립된 정치과정을 통해 신중히 걸러진 지도자는 예측 가능한 경향이 있다며 조지 H W 부시를 좋은 예로 꼽았다. 이렇게 걸러진 인물들이 아니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다양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링컨은 비교적 잘 걸러진 후보는 아니었지만 미국 최고의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 공직 경험이 없고, 뉴욕 부동산, 리얼리티쇼를 배경으로 정치에 입문한 트럼프는 현대 미디어를 마스터하고, 통념을 뒤집고, 파괴적 혁신에 대해서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런 능력이 중국 문제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이들은 회의적이다.

역사상 트럼프의 역할은 그의 재선 여부에 달려 있을 수 있다. 그가 재선되면 국가 신뢰, 그리고 소프트파워가 더 침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찌 되든 그의 후임자는 부분적으로 트럼프 정책 영향으로 인해 서양에서 동양으로, 또는 정부에서 사이버와 인공지능의 힘을 업은 비국가 활동 세력으로 권력이 변화하는 세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말했듯 우리는 역사를 만들지만, 우리가 선택한 대로는 아니다. 트럼프 이후 미국의 대외 정책은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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