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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가시권… 북한이 요구한 ‘새 계산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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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가시권… 북한이 요구한 ‘새 계산법’이 관건

입력
2019.09.10 17:53
수정
2019.09.10 19: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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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9월 하순 대화 전격 제안… 트럼프 “흥미로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 갖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 갖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북한이 “9월 하순에 대화하자”라며 미국에 전격 제안하면서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에서 합의된 비핵화 실무 협상이 가시권으로 들어오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지 않고 실무 협상부터 시작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마련된 북미 대화 국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북미가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실질적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핵화 진전의 성과가 도출되면 북미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지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지 미지수여서 협상 전망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시각으로 9일 밤 전격적으로 발표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의 오전 시간대에 맞춰져 미국을 향한 발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몇 시간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며 “흥미로울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라며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지만 나는 늘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 말한다. 나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그간 지속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을 북한에 재촉해왔던 만큼 즉각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최 부상 담화 후 전화 협의를 가지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북미간 실무 협상 시기와 장소 등이 아직 유동적이긴 하지만, 이달 하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간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실무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현재로선 협상 진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만만찮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 결렬됐던 지점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그간 북미간 이견이 좁혀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도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리면 조미(朝美ㆍ북한과 미국) 사이의 거래는 그것을 막을 내리게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반면 비건 대표는 지난 6일 강연에서 북한이 원하는 방안들은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측이 모두 서로에게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북한의 방어권을 거론하고 비건 대표도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재검토’의 여지를 열어두는 등 여러 당근을 제시하긴 했으나, 핵심 사안인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달라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다.

다만 그간 실무 협상을 기피하면서 정상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초점을 뒀던 북한이 실무 협상에서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토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북미간 시각 차가 현격하긴 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끝장 토론을 벌이다 보면 비핵화와 상응조치간 교집합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로가 뭘 원하는 지 알고 있는 만큼, 판 깨고 자기 길로 가기 위해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미간 절충점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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