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프로그램스의 ‘왓챠플레이’. 왓챠플레이 홈페이지 캡쳐

출ㆍ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에 달하는 직장인 김경민(28)씨는 오가는 길에 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한다 김씨는 OTT 특성에 따라 공중파와 종편 프로그램의 다시보기는 ‘푹(POOQ)’으로, 영화 감상은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청은 ‘넷플릭스’를 각각 이용한다.

그런데 최근 디즈니가 넷플릭스에서 자사 콘텐츠를 모두 회수해 자체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씨에겐 기대감보다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는 “조만간 볼 만한 콘텐츠가 많은 한 두 가지 OTT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구독을 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OTT 이용자들이 ‘옥석 고르기’에 돌입했다. 이미 통신 3사 OTT 서비스와 티빙, 푹, 왓챠플레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OTT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중 가장 ‘똘똘한’ OTT 몇 가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국내 OTT들은 글로벌 OTT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

국내 OTT가 가장 중점을 두는 콘텐츠는 ‘인기가 보장되는’ 국산 콘텐츠들이다. 아무리 해외 콘텐츠 선택권이 넓어져도 국내 OTT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콘텐츠는 우리말로 제작된 드라마와 예능 등이기 때문이다.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국내 OTT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는 공중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나타났다”며 “영화나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의 라이브러리를 내세운 넷플릭스형보다는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를 한 데 모아둔 ‘훌루’형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을 거쳐 이달 18일 새롭게 출범하는 ‘웨이브(WAVVE)’는 국내 OTT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 평가 받는다. 지난해 기준 국내 OTT 서비스 월간 실사용자수(MAU) 1위인 옥수수(329만명)와 4위 푹(85만명)이 통합하면서 점유율이 45%에 육박하는 ‘공룡’ 서비스가 됐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지상파와 종편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채널을 비롯해 영화와 스포츠, 홈쇼핑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자체 제작 콘텐츠에도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를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웨이브와 같은 대형 OTT가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OTT들은 ‘어벤져스 시리즈’(디즈니+) 또는 ‘왕좌의게임’(HBO맥스) 등 유명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국내 콘텐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향후 △2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킹덤’의 후속작 ‘킹덤2’ △배우 정유미 주연의 초능력 미스터리 액션 ‘보건교사 안은영’ △코미디언 박나래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농염주의보’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춘추전국시대가 된 OTT 시장에서 결국 승자는 고품질의 국내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될 것”이라며 “콘텐츠 질이 좋다면 다양한 OTT를 구독하는 소비자들이 ‘구독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국내 유료 구독형 OTT 순위.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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