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기초생활보장제 개선안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회원 등이 기준 중위소득 인상 및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40대 기초생활수급자 A씨(가상사례)는 틈틈이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을 해 한 달에 80만원을 벌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는 근로소득이 있으면 삭감되기 때문에 A씨는 그동안 월 33만원의 생계급여를 받았다. 생계급여는 기준액(A씨의 경우 113만원)에서 근로소득을 뺀 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서 주는 ‘보충성 원칙’을 적용한다. 일을 해 돈을 많이 벌수록 생계급여를 적게 받는다는 얘기다. 보충성 원칙의 엄격한 적용은 탈(脫)수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25~64세 수급자의 근로소득 30%를 공제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풀이하면 A씨는 내년부터 근로소득 80만원 중 30%(24만원)를 뺀 56만원만 번 것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A씨의 월 생계급여는 현재보다 24만원(공제액)만큼 늘어난 57만원으로 증액된다. 여기에 근로소득 80만원을 더하면 월 소득은 137만원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10일 근로소득 30% 공제를 골자로 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방안을 밝혔다. 빈곤층에 대한 시혜성 복지가 아닌 사회권으로서의 복지를 실현한 최초의 공적 복지제도로 꼽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7일)을 맞아 발표한 개선방안이다.

먼저 현재 근로연령층(25∼64세) 생계급여 수급자의 근로소득을 30% 공제한다. 그동안은 장애인과 노인, 24세 이하 청년 등 특정대상의 근로ㆍ사업소득만 공제해준 정도로, 근로연령층의 근로소득 공제는 제도 시행 20년만에 최초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약 7만가구의 생계급여가 늘어나고 약 2만7,000가구가 새로 생계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시 적용되는 기본재산 공제액도 물가 인상을 반영해 10여년 만에 대폭 확대한다. 기본재산 공제액이란 기본적 생활 유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재산가액 산정에서 빼주는 금액을 말한다. 대도시는 5,4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중소도시는 3,400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저작권 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된다. 그동안은 장애인 자녀가 있는 저소득 가정이라 하더라도 부모의 재산 환산액 등이 기준을 넘어 부양의무가 있다고 판정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수급권자 가구에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생계급여 수급자를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가 보유한 일반ㆍ금융ㆍ자동차 재산의 소득 환산율도 4.17%에서 2.08%로 인하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낮은데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함이다. 당초 복지부는 2022년 10월부터 부양의무자 재산의 소득환산율을 완화하기로 했지만, 이달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그동안 빈곤 단체 등이 요구해 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제도 완전 폐지’는 이번 반영되지 못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수급자 선정기준의 과감한 완화를 위한 개선 과제를 검토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부 내 협의를 거쳐 내년 제2차 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복지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25~64세 인구 근로소득공제 도입 등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여러 개선책이 담겨 있어 전향적”이라면서도 “주거용 재산으로 인정했으면서도 소득인정액을 여전히 부과하는 등 문제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