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SBS K팝 클래식’ ‘오래 가게’ 등에 청춘 몰려
“나를 찾자” 김고은ㆍ정해인처럼 골목길 걷기도
배우 전지현(왼쪽)이 1998년 SBS ‘인기가요’를 진행하는 모습. ‘온라인 탑골 공원’이라 불리는 유튜브 채널 ‘SBS K팝 클래식’에서 지난 4일 실시간 스트리밍한 장면이다. ‘SBS K팝 클래식’ 화면 캡처

‘방송에서 담배 장면 언제까지 나왔나요?’ 지난 4일 낮 12시 40분. 유튜브 채널 ‘SBS K팝 클래식’ 실시간 스트리밍에서 가수 김현성이 ‘소원’을 부르는 영상이 나오자 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김현성의 무대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서다. 1980~90년대 발라드 가수들이 노래할 때 애잔한 분위기를 살리려 무대에 스모그를 깔았던 방송사의 연출 방식이 낯설어 나온 반응인 듯했다. ‘SBS K팝 클래식’에선 1998년 3월 첫째 주 방송을 다시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유튜브 채널은 한물간 문화를 즐기는 장소란 뜻에서 ‘온라인 탑골 공원’이란 별명이 붙었다.

요즘 유명하다는 ‘온라인 탑골 공원’을 찾았다. 소문대로 열기는 뜨거웠다. 실시간 참여자 수는 3,987명. “몇 학년이세요?”란 호구 조사에 “3학년(30대)”이라고 답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점심시간 짬을 내 놀러 온 것으로 보였다.

가수 김현성이 1998년 SBS ‘인기가요’에서 노래 '소원'을 부르고 있다. ‘온라인 탑골 공원’이라 불리는 유튜브 채널 ‘SBS K팝 클래식’에서 지난 4일 실시간 스트리밍한 장면이다. ‘SBS K팝 클래식’ 화면 캡처

‘온라인 탑골 공원’에선 감탄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잊힌 노래에 새삼 추억에 젖고, 스타의 옛 모습을 신기해했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이곳에서 ‘신 부장’으로 불렸다. 흰색 와이셔츠에 양복 상의 단추까지 채우고 노래하는 모습이 꼭 간부급 회사원 같다는 반응이었다. 신승훈은 ‘온라인 탑골 공원’에서 ‘무너진 사랑 앞에서’를 부르고 있었다.

추억의 깜짝 선물은 따로 있었다. 배우 전지현은 MC로 나와 이날 첫 방송을 진행했다. 전지현이 긴장한 탓인지 말을 빠르게 하자 상대 MC였던 김승현이 “말씀 천천히 하셔도 된다”고 전지현을 감쌌다. 대중문화계에서 상징적인 배우로 성장한 전지현의 신인 시절 반전 모습에 대한 다양한 반응으로 채팅방이 터질 듯했다.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 가게'인 서울 동작구 카페 터방네는 20~30대가 즐겨 찾는다. 양승준 기자

복고 놀이는 온라인 밖에서도 유행이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동작구 인근 카페 터방내. 흑백 사진에 나올 법한 소파와 아치형 붉은 벽돌로 장식된 옛 경양식 집 같은 곳에서 대학생 둘이 파르페를 먹고 있었다. 서울시에서 선정한 ‘오래 가게’에 옛 멋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었다.

송파구에서 왔다는 신현정(24)씨는 “친구 부모님이 여기서 소개팅 해 결혼했다고 하더라”며 “전구 불빛 그리고 벽돌이 하나의 무드(분위기)를 형성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와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1983년 문을 열어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간 카페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카페 사장은 알코올램프로 커피(사이펀)를 만든다. 조리대 옆엔 공중전화가 놓여 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이곳엔 20~30대가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만나는 빵집은 인천 화수동에서 촬영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인천의 화수동 골목길에서 사랑을 키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처럼 구불구불하고 좁은 골목길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대로와 달리 골목길에선 내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골목길에 대한 갈증은 나를 찾고 싶은 상실감의 반작용”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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