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본인 수사는 아냐’ 임명 명분…김기식ㆍ안경환은 위법 확인되자 낙마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위법행위가 확인 안 된 개혁 적임자는 밀어붙인다’는 ‘마이웨이식’ 인사 스타일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낙점한 개혁 인사였지만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 장관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위법행위가 확인됐는지 여부였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셀프 후원이 위법하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판단에, 안 후보자는 40여년 전 가짜 혼인신고(사문서 위조)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물러났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사스타일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과 관련해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표창장 위조(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고, 정 교수와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ㆍ투자사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긴 했지만 조 장관 본인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임명 강행의 명분을 찾은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공직자에 대한 위법적 사안이 나오면 바로 결단을 내리는 냉정한 스타일”이라며 “‘김기식 사태’ 때도 원칙을 강조하다가 중앙선관위의 위법 결정에 곧바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장관이 임명됐다고 해서 거취를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거꾸로 뒤집으면 향후 검찰 수사에서 조 장관의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언제든지 내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벌저격수’로 문 대통령의 기대를 모았던 김 전 원장이 사퇴를 한 시점은 취임 보름이 지난 후였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원장을 둘러싼 셀프 후원,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이 커지자 중앙선관위에 적법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며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했던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장직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필요 없는 자리다.
일각에선 조 장관이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첫 번째 공직 후보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과거에도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적은 있지만 모두 청문회가 끝난 시점으로, 조 후보자처럼 검찰 수사가 선행된 사례는 없다. 2017년 8월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낙점됐던 이유정 이화여대 교수는 미공개정보 주식 투자 의혹(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자진 사퇴했지만 압수수색이 이뤄진 시점은 1년 2개월 후인 지난해 10월이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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