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총리와 회담 불구
‘안전장치’ 조율 사실상 실패
지난달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비아리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려다 당내 반발과 의회의 제동, 내각 각료의 반발성 사임 등의 연타를 맞아 망신살이 뻗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국면 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브렉시트의 최대 쟁점인 ‘안전장치(영국의 EU 관세동맹 일시 잔류)’를 두고 이견을 빚는 아일랜드와의 의견 조율에 나서는가 하면, 최근 의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 딜 저지 법안’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막을 수 있는 ‘꼼수’도 모색 중이다. 자신의 애초 구상대로 다음달 31일에는 무조건 EU를 탈퇴할 수 있도록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오전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해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회동했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이후 한 달 반 만에 처음으로 이웃나라이자 브렉시트의 이해당사자이기도 한 아일랜드를 찾은 것이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와의 국경 강화를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 조항을 지지하는 등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노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브렉시트 리더십’이 만신창이가 된 존슨 총리로선 버라드커 총리와의 회담에서 접점을 찾으면 브렉시트 논의를 주도할 동력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안전장치 폐지를 원하는 존슨 총리는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압도적으로 (브렉시트) 합의를 원한다”고 했으나, 아일랜드를 만족시킬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버라드커 총리도 “안전장치와 관련한 법적 합의를 단순히 (영국의) 약속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존슨 총리를 향해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얻을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던 그의 발언에서 예고됐던 결과다.

이런 가운데 텔레그래프는 이날 영국 내각 소식통을 인용, “존슨 총리 측이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무산시키기 위해 사보타주(의도적인 태업)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9일 영국 여왕의 재가를 거쳐 공식 발효되는 노 딜 저지법안에 따라 영국 정부가 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하긴 하되, ‘사실 우리는 10월 31일 이후로 미루는 걸 원치 않는다’는 별도 서한을 덧붙여 EU의 거부를 유도하겠다는 일종의 ‘합법적 꼼수’다. 이와 관련, 일부 야당에선 “존슨 총리가 노 딜 저지법안을 무시할 때를 대비해 그의 탄핵 시도도 준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떠오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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