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웡, 체포 하루 만에 다시 석방
8일 홍콩 도심 센트럴에서 열린 도심 시위에서 시위대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매국으로 몰아가며 미국과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주력하고 있다. 8일 시위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부각되면서 자칫 미국이 중국을 향해 비수를 겨눌 수도 있는 탓이다. 더구나 홍콩 도심에 성조기가 휘날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구호가 빗발치는 건 중국에게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나라 두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나 마찬가지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해 홍콩 시민들과 틈을 벌려온 중국이 이제는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데 안간힘을 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에 대해 “마치 닭 무리가 (자기를 잡아먹을 수도 있는) 족제비에게 지켜달라고 읍소하는 격”이라며 “완전히 이성을 잃어 홍콩의 운명을 내팽개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콩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워싱턴의 망상은 베이징을 향한 압박카드에 불과하다”면서 “홍콩을 지키고 책임을 지려는 베이징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신문망도 “백주 대낮에 중국 땅에서 미국 국기를 흔들고 홍콩 해방을 촉구하는 부끄러운 모습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와 다를 바 없는 수치스러운 행동”이라며 “홍콩은 지옥이고 미국은 천국이라며 구걸을 하다가 상갓집 개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처럼 홍콩 시위대를 옭아매려는 중국의 시도에도 아랑곳없이 시민들은 9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맞섰다. 이날 홍콩 전역의 17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 수천 명은 수업을 거부하면서 거리로 나와 인간 띠를 만들어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했다. 특히 대학들의 2주간 동맹휴학이 끝나는 15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고돼 있어 홍콩 사태는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다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 6월 의회에 제출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은 미 국무장관이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점검해 미흡할 경우 미국이 1992년 이래 홍콩에 부여한 무역, 투자 등 경제 특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했다. 또 홍콩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과 홍콩의 공직자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 금지, 자산 동결, 미국과의 금융거래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조치다. 이에 8일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약한 고리를 노려 조속한 법안 통과와 트럼프 정부의 행동을 요구하며 도심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주재 미 총영사관에 청원서도 전달했다. CNN 등 미 언론은 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홍콩을 중국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고 미국을 향해 간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이날 체포 하루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전날 보석 조건을 위반한 혐의로 웡 비서장을 체포했으나 홍콩 법원은 “보석 조건 서류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석방을 명령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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