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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떠넘기는 EU, 르완다에도 ‘아웃소싱’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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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떠넘기는 EU, 르완다에도 ‘아웃소싱’ 센터

입력
2019.09.09 17:41
수정
2019.09.09 21: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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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내 추가 건립 계획

아프리카ㆍ아시아 빈국과 협정

난민 유입 중간기착지서 차단

“정착 기회 뺏고 인권침해” 비판

8일 리비아 해안에서 14해리 떨어진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난민들이 탄 푸른색 고무보트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8일 리비아 해안에서 14해리 떨어진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난민들이 탄 푸른색 고무보트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몰려드는 난민들과 이에 저항하는 극우 포퓰리스트의 득세로 딜레마에 빠진 유럽 국가들이 원거리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행 난민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빈국에 단속을 ‘아웃소싱’ 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난민들의 정착 기회를 빼앗는 것은 물론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유럽연합(EU)은 수 주 내 르완다와도 협정을 맺고 아웃소싱 난민센터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3년 전부터 난민들의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제3국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왔다. EU는 2016년 터키와 60억달러(약 7조1,580억원) 규모의 난민협정을 맺어 회원국 그리스로 넘어오는 난민을 통제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중해에 뛰어든 난민 보트를 돌려보내도록 했으며, 멀리 떨어진 사하라 사막 남부 니제르에 난민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난민 관리를 타국에 맡겨 자신의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난민을 내치지 않는 다는 명분을 챙기는 노림수이다.

당초 EU가 대외적으로 내세운 취지는 불법 밀입국 알선 조직이 없는 외딴 곳에 난민센터를 세워 보호가 절실한 난민들에 공정한 유럽행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유럽으로의 멀고 위험한 여정에 뛰어들기 전 자격심사를 실시, 정착 가능한 난민을 미리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난민을 질서 있게 받아들여 정착시키겠다는 EU 회원국들의 약속 이행률이 터무니없이 낮아 니제르 난민센터에서 유럽행 티켓을 손에 쥔 난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NYT는 전했다.

결국 EU의 정책은 본 취지와 달리 난민 유입을 차단하는 장벽으로만 기능하는 상황이다.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난민 단속은 특히 효과가 있어 이곳을 거쳐 유럽에 들어가는 난민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입항한 난민 숫자는 18만1,376명에 달했지만 2년 만에 2만3,485명까지 급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쥬디스 선덜랜드는 “EU의 역외 망명심사와 뒷문 유럽행 정책은 난민들을 유럽에서 떼어놓기 위함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망명신청자를 태평양 섬에 가둔 호주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유럽행 문이 좁아질수록 남은 난민들의 상황은 열악해지고 있다. 리비아에는 아직 50만명의 난민들이 남아 있고, 이 중 5,000여명은 무장세력이 통제하는 열악한 시설에 수용돼 노예나 매춘부로 팔려갈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해안경비대 단속에 적발된 난민 대다수는 니제르 난민센터로 넘겨져 기약 없이 유럽행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니제르에 이어 새로 지어질 르완다 난민센터는 리비아에서 500명의 난민을 넘겨받아 이들이 다른 나라에 정착하거나 출신 국가로 송환될 때까지 보호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곳 역시 난민 문제 해결의 어려움과 EU의 딜레마만 부각시킬 뿐, 니제르 난민센터와 똑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덜랜드는 “니제르 센터는 심사가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극소수만이 재정착에 성공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르완다 센터의 사정이 다를 것이란 희망은 크지 않다”고 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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