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의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서비스인 ‘쿠팡이츠’가 지난 6월부터 진행하던 시범 서비스를 끝내고, 조만간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55.7%,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이 각각 33.5%, 10.8%를 차지했다. 5년 전 ‘로켓배송’으로 유통 업계에 혁신을 몰고왔던 쿠팡이 배달 앱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방 없는 시대 오나
글로벌 금융 기업 UBS가 지난 해 6월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은 ‘주방이 사라질까(Is the Kitchen Dead)?’였다. 이 보고서는 2018년 350억 달러(약 39조원)인 전 세계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2030년 3,650억 달러(약 43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10년 뒤에는 집 안에서 이뤄지는 식사 대부분이 배달 음식일 거란 전망도 내놨다.
1,2인 가구의 증가, 심각한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87만명이었던 배달 앱 이용자 수는 지난 해 2,500만명으로 늘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배달 앱을 이용하는 셈이다.
◇쿠팡의 혁신… 배달 앱에서도?
쿠팡은 유통 업계에서 기존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킨 ‘메기’였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이 핵심 동력이었다. 쿠팡 관계자는 “매일 200만개의 상품이 주문한 다음날이나 주문 당일에 정확히 배송된다. 이 정도의 물량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전국적으로 배송되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 비결로 쿠팡은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계산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IT 기술력”을 꼽았다.
쿠팡은 이런 IT 기술력과 물류 노하우,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수많은 식당, 가정을 최단 경로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로켓배송’의 DNA를 ‘쿠팡이츠’에 이식하겠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식당에서 조리한 따끈한 된장찌개가 ‘로켓배송’처럼 빠르게 식탁에 도착하고, 주문한 팟타이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의 행보를 반신반의하며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서비스 때 쿠팡이츠의 빠른 배송에 만족한다는 소비자의 평이 꽤 있었다”면서도 “배달원들의 안전 문제, 음식 배달 시장에선 무조건 빠른 게 정답이 아니라는 정서를 쿠팡이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카카오(카카오톡 주문하기)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존재감이 별로 없다”며 “상품 배송과 음식 배달은 질적으로 다른 영역인데, 쿠팡이 시장에 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우버이츠가 2017년 8월 이후 국내에서 배달 앱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버이츠는 이날 다음 달 14일까지만 한국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안내 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냈다. 우버는 앞으로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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