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일 통영, 서울, 인천서 내한공연
현악사중주단 벨체아 콰르텟에게 베토벤은 고향과도 같다. 1994년 영국 런던 왕립음악원을 기반으로 현악사중주단을 꾸리면서 가장 먼저 화음을 맞춘 작품이 베토벤 현악사중주 1번 Op. 18-1. 이후 팀이 걸어 온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세 번이나 녹음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천착해 왔다. 벨체아 콰르텟이 ‘세계 최정상 앙상블’(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역사를 써 온 데에도 베토벤은 가장 큰 동력이자 자양분 역할을 했다.
벨체아 콰르텟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2020년)을 앞두고 19~21일 한국을 찾는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3번 Op.18-3, 16번 Op.135, 8번 Op.59-2 등 다양한 곡을 들고서다. 공연 전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벨체아 콰르텟은 “한국 청중이 베토벤 곡을 통해 아름다움과 황홀함, 고통과 우울 등 여러 세계를 마주했으면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벨체아 콰르텟에게 베토벤은 어떤 의미냐고 묻자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는 “우리의 연주는 베토벤의 영혼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여정이나 다름없다”고 정의했다. 그는 “1994년 벨체아 콰르텟이 탄생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면서 보냈다”며 “그의 곡을 듣고 또 연주하면서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많이 성장했다”고도 했다. “다른 거장들의 곡을 탐구하고 다시 베토벤의 작품으로 돌아올 때마다 매번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죠. 베토벤의 음악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아주 여러 부분들을 보석같이 엮어놨어요. 그 놀라운 세계로 더욱 깊이 들어가려고 항상 분투하고 있어요.” 그의 언급대로 이번 내한공연에서 연주하는 작품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부터 명랑하고 경쾌한 주제까지 다양한 범위를 넘나든다.
실내악, 특히 현악사중주가 상대적으로 낯선 장르로 여겨지는 국내에 벨체아 콰르텟은 어떤 정서를 남길 수 있을까. 첼리스트 앙투안 레데르렁은 “현악사중주 곡은 네 가지 악기와 연주자가 가진 개성을 하나의 심장을 가진 존재인 것처럼 한 데 엮어준다”며 현악사중주의 묘미를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악셀 샤세르는 “각각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구성원들이 곡이 유려하게 조화될 수 있도록 자신의 공간을 곳곳에서 내어줘야 한다”며 “최고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마치 저글링 하듯이 끊임없이 연주를 조절해야 하는데, 아주 어려운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주자뿐만 아니라 청중도 독특한 지점 덕에 현악사중주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일 통영국제음악당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브람스 피아노오중주 협연도 계획돼 있다. 비올리스트 크시슈토프 호젤스키는 조성진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있다. “고국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2015년 열린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을 처음 봤어요. 그가 우승자가 될 거란 건 사실 처음부터 분명하게 드러났죠. 그의 큰 성공은 이런 기대들을 확인시켜 줬어요.” 벨체아 콰르텟 내한공연은 19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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