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검찰(광주지검)이 무딘 칼날을 교체했다.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을 두고 수사과에 쥐어준 칼자루를 특별수사부 검사들에게 넘겨준 것이다. 수사 착수 4개월여 만이다. 자연스레 관심은 다시 벼린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밖에선 “이번 수사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검찰은 지난 5일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실과 윤영렬 광주시감사위원장실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주체를 수사과에서 특수부로 재배당한 지 하루 만이다. “광주시가 임의 제출한 자료만 뒤적여서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윗선의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사업대상지인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이 사업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를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로 바꿨다. 시가 제안서 공고 규정을 무시하고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고, 정 부시장이 직접 감사를 지시하면서 호반건설 밀어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정 부시장은 최초 제안서에서 업체명을 표기해 감점(2점) 처분을 받았던 금호산업에 대해 특정 감사 결과 업체명 표기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추가 감점 부여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제안심사위원회에 그 처분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했다. 금호산업은 결국 추가 감점(3점)을 받아 호반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줬다. 정 부시장이 특정 감사 지시에서 제안심사위원회 진행까지 관여한 셈인데, 검찰은 특혜 의혹을 풀어줄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을 둘러싼 특정감사 지시와 제안심사위 권한 위임 요청 등이 정 부시장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인지 등에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검찰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칼끝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업의 성격상 정 부시장이 이 시장과 사후 처리에 대해 논의를 하거나 이 시장으로부터 방침을 받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의 정 부시장실 압수수색은 보고라인 윗선으로 올라가기 위한 징검다리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갈래는 제안서 평가결과 보고서 사전 유출 의혹 규명이다. 정 부시장이 특정감사를 지시하기 사흘 전인 지난해 11월 12일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광주방송(KBC) 고위 간부가 정 부시장을 찾아가 사전 유출된 제안서 평가 결과 보고서 문건을 들이대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검찰은 복수의 공무원이 문제의 보고서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특혜 흔적을 잡기 위해 압수수색을 폭넓게 실시하고 수사의 속도를 내고 있지만 광주시도시공사의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자진 반납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중앙공원 1지구와 관련한 수사를 한다, 안 한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검찰이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할 의지가 없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면 검찰이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다는 점이다. 이미 이 시장 측근인 광주시 정무특보가 지난해 12월 광주시감사위원회의 도시공사에 대한 감사결과에 입김을 넣으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터였다. 실제 감사위원장은 “K정무특보가 도시공사에 대한 감사결과 지적 사항을 빼달라고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구나 검찰과 시청 주변에선 검찰의 구미를 당길만한 뒷말들이 나돌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의혹이 말 그대로 의혹으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또한 검찰이 6개월째 수사를 하면서 겨우 깃털만 건드리고 말았느냐는 비난과 함께 수사 능력을 의심 받는 상황까지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의혹이 큰 부분들에 대해선 그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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