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던 ‘사법행정자문회의’가 9일 출범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신설된 사법행정에 관한 상설 자문기구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분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과 법관 5명, 비법관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5명의 법관위원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추천한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3명으로 이뤄졌으며, 추천은 8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진행됐다.
법관이 아닌 위원 4명 중 3명은,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법률 관련 단체에서 추천 받은 이들로 구성됐다. 각 단체는 해당 단체 장을 위원으로 추천했다. 나머지 한 명의 비법관 위원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식과 덕망, 사법행정에의 기여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회의 구성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임명의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 10명 중 절반 이상이 법관인데다, 이들의 임명에 대법원장이 직ㆍ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법관 위원 또한 규칙안에 구체적 자격요건이나 선출절차를 마련해놓지 않아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자칫 대법원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비법관 위원 선정을 위한 단체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해당 단체들이 자기 단체장을 스스로 추천한 것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며 “출범 때부터 구성을 이렇게 못박는 건 결국 단체들에 자리를 하나씩 쥐어주는 꼴이라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26일 개최되는 첫 회의에서는 위원들의 임명ㆍ위촉식을 진행할 예정이며,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에 설치될 분과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회의는 매년 분기별로 1회 이상 개최된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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