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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플레 막기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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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플레 막기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 필요”

입력
2019.09.09 15:45
수정
2019.09.09 18:5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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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분쟁 심화, 중국 경제위기 촉발할 수도” 우려

일본의 경제보복 “일본의 이상행동, 한국 대응 보호조치 옳아”

“세계 금융위기 교훈은 위험요소 언제든 나타난다는 것”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경기 부진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극복하려면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ㆍ중 무역분쟁 심화가 중국 또는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불확실성을 넘어 지식공유의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재정운용과 관련해 “한국의 현재 (경기) 상황은 즉각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좋지 않다”며 “장기적 대응보다 단기적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처럼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는 즉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경기를 부양하거나 확장적 재정 기조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경험을 예로 들면서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 침착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는 “최저임금 상승은 어느 정도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처럼 경기 전망이 어두울 땐 공공지출을 늘리는 것이 경기 부양에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편 여러 국가가 분업 체계를 이루는 글로벌 공급망이 보호무역주의로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ㆍ중 무역갈등의 악화 등을 두고는 “세계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의 진화와 발전은 애초 비용절감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의도치 않게 지식과 기술의 이전 효과도 나타났는데, 보호무역주의로 이런 효과가 향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무역분쟁 등으로 파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한국은 미ㆍ중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무역 분쟁에서 떨어져 글로벌 체인을 활용하면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교역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일본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한국이 스스로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맞다”고 지지했다.

세계경제의 변동성 심화로 중국 또는 아시아발(發) 경제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불안 요인을 막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 효과가 소진돼 나빠지는 시점이 올 수 있다”며 “지금 미국과의 무역분쟁 자체가 더 커지면 급변점(티핑 포인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교훈이 있다면 위험 요소는 어디서든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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