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확정판결 받은
퇴직자만 3개월분 우선지급
재직자 적용ㆍ절차 간소화 등
‘소액체당금 개정안’ 국회 발목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의 한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최배연(가명)씨는 지난 7, 8월 360만원가량의 두 달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밀린 월급을 달라고 요구하는 최씨에게 사장은 “회사가 어렵다”며 오히려 한 달만 쉬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표를 내고 바로 다른 직장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퇴사를 하면 정부에서 체불임금 대신 지급하는 소액체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민사소송을 제기해 임금체불 확정 판결까지 받아야 하는데 평균 7개월은 걸린다. 최씨는 “노무사에게 상담도 받았지만 당장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이 임금체불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재직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존해줄 수 있는 소액체당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임금체불청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7월부터 재직자들에게도 소액체당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9일 국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발의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 네 차례 상정됐지만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015년 7월 도입된 소액체당금제도는 임금을 못 받은 퇴직 노동자에게 정부가 먼저 임금을 최대 1,000만원(최종 3개월분)까지 지급하는 내용이다. 단 민사소송을 통해 확정된 임금체불 판결을 받아야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수정임금체불 추이-박구원기자/2019-09-09(한국일보)

개정안의 골자는 소액체당금 지급 대상을 기존 퇴직자에서 재직자까지 확대하고, 법원의 임금체불 확정판결이 없어도 지방노동관서에서 임금체불확인서를 발급 받으면 체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액체당금 신청부터 지급까지 소요기간을 평균 7개월에서 2개월로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임금체불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정도로 체불임금 규모가 크다. 매년 임금체불 피해는 증가일로다. 최씨처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줄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임금체불 피해자가 연간 23만3,000명(체불액 8,13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5만2,000명(1조6,472억원)으로 늘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체불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0.2~0.6%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7%에 달한다. 김동준 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기존 체당금 제도는 대상도 한정적이고 절차도 까다롭다”며 “재직자도 소액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면, 임금체불을 보상받는 길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제도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용부는 내년 7월에는 개편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예산안에도 개정안 내용을 반영해 체당금 지급액을 올해 4,114억원(9만4,000명)에서 4,443억원(10만2,000명)으로 약 8% 늘려 잡았다. 여성철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야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서 국회가 열리면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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