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운전대 잡는 것, 잠재적 살인자 되기 위한 범죄의 길” 지적
음주운전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윤기현씨가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안인 일명 ‘윤창호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에도 반복되는 음주운전에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희는 아직도 작년 추석 9월 25일 거기서부터 시간이 멈춘 채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의 아들 창호씨는 지난해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졌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로 신호를 위반하고 창호씨를 치어 숨지게 한 가해 운전자는 지난달 22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윤씨는 “일부 보도를 보면 (‘윤창호법’ 시행 이후) 35%, 37% 이런 식으로 사망사고가 많이 줄었고, (특히)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음주문화의 폐해에 대한 국민적인 감정, 국민적인 공감들이 좀더 널리 퍼져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도 언급했다. 래퍼 노엘(NO:EL)로 활동 중인 장용준씨는 지난 7일 새벽 서울 마포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운전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에 대해 윤씨는 “사회지도층뿐 아니고 가족들이라든지 모든 사람들이 무거운 사회적인 도덕적 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윤씨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동승자 처벌 규정 강화, 사망사고 시 5년 이상의 양형 기준, 365일 상시 단속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음주와 운전은 결코 양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술을 드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가 잠재적 살인자가 되기 위한 범죄의 길에 빠져든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이어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도 지난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제2 윤창호법 시행에 따라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으로 강화됐다. 처벌도 ▲0.03~0.08%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 ▲0.08~0.2% 징역 1~2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 ▲0.2% 이상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윤창호법은 고인의 친구들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사고 직후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연을 알렸다. 이 청원은 게시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