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 투명성 높이려면 사후통지 제도부터 바로잡아야”
게티이미지뱅크

이메일, 카카오톡 대화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통해 대량으로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정부가 구체적 내용은 물론이고, 현황 공개조차 하지 않아 부당한 감시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을 했다는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야 하는 당국의 의무 이행 과정도 부실해, 정보의 주체인 개인들이 부당한 감시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8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한국인터넷투명보고서 연구팀의 ‘한국 인터넷 투명 보고서 2019’에 따르면,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 해 압수수색을 통해 국가기관에 제공한 가입자 계정(중복 포함) 정보 건수는 829만9,512개에 달했다. 연 평균 70만건 안팎이던 네이버ㆍ카카오 압수 계정 수가 2017년 1,079만1,104개로 폭증한 이후 좀처럼 예년 수준으로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네이버ㆍ카카오 계정 압수수색 현황. 김경진 기자

이마저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자발적으로 발간하는 투명성보고서를 통해 확인되는 수치일 뿐이다. 정부나 수사기관의 별도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압수수색은 이름, 주민번호 등 신원정보뿐 아니라 이메일, 메신저, 비공개 게시판 게시물 내용 등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방대한데도 압수한 네이버ㆍ카카오 계정을 통해 어떤 정보가 넘어갔는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압수수색보다 수집 정보 범위가 적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신원정보)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통해 정보가 제공된 수사기관 및 제공 내역 등을 공개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불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압수수색을 통한 정보 수집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주경복 후보의 선거자금 불법 모금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사건 관련자 100여명을 수사하면서 최대 7년치 이메일을 압수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압수수색 사실 자체를 당사자가 알기 어렵다는 점은 ‘깜깜이’식 정보수집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 현행법상 압수수색에 대한 당사자 사후통지는 ‘기소 여부가 결정된 후 30일 이내’로 규정돼 있다. 수사가 길어질 경우 수년 간의 반복 수색 등이 이뤄져도 개인은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2014년 정청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카카오톡 등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건수는 3,735건이었지만 당사자 통지율은 28.6%(1,068건)에 그쳤다.

압수수색 방식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압수수색 사후 통지 제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중간에 수사기관 담당자가 바뀌어서 사후통지가 아예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사후통지를 받은 후 수사기관에 어떤 사유로 압수수색을 했는지 조회를 요청하고 근거가 불분명하다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일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기소, 불기소 등 행정 절차가 아니라 영장집행 종료 후 30일 이내에 통보하도록 하는 등 사후통지 제도를 개선하고, 압수수색 현황도 보다 자세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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