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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영화에서라도 나쁜 놈 응징하니 통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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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영화에서라도 나쁜 놈 응징하니 통쾌했습니다”

입력
2019.09.09 04:40
수정
2019.09.09 11: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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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 녀석들…’ 김상중

범죄자 모아 악 소탕하는 형사役

‘엄격, 근엄, 진지’한 줄만 알았던 배우 김상중은 의외로 아재 개그 달인이다. “제가 영화에서 총을 두 가지 방법으로 쏩니다. 길에서 쏘는 ‘탕웨이(Way)’ 이동하면서 쏘는 ‘이동건(Gun). 다들 즐거우신가요.” 홍인기 기자
‘엄격, 근엄, 진지’한 줄만 알았던 배우 김상중은 의외로 아재 개그 달인이다. “제가 영화에서 총을 두 가지 방법으로 쏩니다. 길에서 쏘는 ‘탕웨이(Way)’ 이동하면서 쏘는 ‘이동건(Gun). 다들 즐거우신가요.” 홍인기 기자

“다들 식사는 하셨어요? 이 근처에 유명한 비빔밥 집이 있다던데, 혹시 전주 비빔밥보다 더 맛있는 비빔밥이 있는 거 아세요?” 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한 배우 김상중(54)이 인터뷰 테이블에 앉으며 인사 대신 엉뚱한 질문을 건넸다. 뜬금없이 웬 맛집 이야기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데, 기습적으로 ‘아재 개그’가 날아들었다. “전주(前週)보다는 ‘이번 주’ 비빔밥이 맛있죠. 또 하나 할까요? 무서운 비빔밥 아세요? 산 채 비빔밥.” 좌중의 폭소에 흐뭇해하며 “아재 개그 학원을 열어야겠다”고 농담하는 그에게 1호 수강생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진지한 듯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젠틀하고 반듯한데 은근히 야성미가 흐른다. 김상중의 ‘반전 매력’은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11일 개봉)에서도 제대로 존재감을 발한다. 까칠한 얼굴, 험악한 표정, 독기 어린 눈빛, 별명은 ‘미친 개’. 강력 범죄를 저지른 나쁜 놈들을 모아서 더 나쁜 악을 소탕하는 나쁜 형사 오구탁을 연기한다. 2014년 방영된 OCN 인기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이어받아 만든 영화다.

“오구탁을 만났을 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오랫동안 시사프로그램(SBS ‘그것이 알고 싶다’)을 진행하면서 늘 알려 주기만 했지 통쾌한 한 방을 날리지 못해서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마음이었거든요. 범죄자를 가차없이 응징하는 오구탁으로 대리만족을 했습니다.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흔한 일이 아닌 데다 5년 만에 다시 오구탁을 연기하게 돼 매우 흥분했죠.”

동명 드라마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김상중은 나쁜 놈을 모아 더 나쁜 놈을 소탕하는 오구탁 형사를 연기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동명 드라마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김상중은 나쁜 놈을 모아 더 나쁜 놈을 소탕하는 오구탁 형사를 연기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돼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암 투병 중이던 오구탁은 복직 제안을 받고 조직폭력배 박웅철(마동석)을 다시 불러들인다. 김상중은 “드라마는 오구탁이 이끌었다면 영화는 박웅철이 이끈다”며 “마동석의 액션과 유머가 쾌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작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불가였지만 영화는 15세 관람가다. 극의 분위기는 경쾌해졌고 폭력성의 수위는 살짝 낮아졌다. 원작 팬들이 아쉬워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김상중은 전매특허 ‘아재 개그’로 답했다. “속 편하게 속편을 만들면 됩니다. 그래서 영화가 잘돼야 해요. 영화로 팬덤을 넓히고, 드라마로 속편이 나왔으면 합니다.”

오구탁은 김상중이 첫손에 꼽는 “최애(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다. 드라마 촬영 당시 목 디스크를 심하게 앓았는데 통증 탓에 고개가 비틀어진 자세를 오구탁 캐릭터에 접목해 독특한 카리스마로 승화했다. 김상중은 “내가 어떤 역할을 연기하든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으로 보일 수 있을 거란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더 캐릭터를 치열하게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최우선에 놓고 작품을 선택한다.

“배우 생활을 30년 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를 13년간 진행했습니다. 배우에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저만의 브랜드이기도 하죠. 프로그램에 누가 될 만한 작품, 지나치게 희화화된 캐릭터나 터무니없이 악랄한 캐릭터는 꺼려져요. 진실을 전하는 목소리가 희석될 수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딱딱하고 이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아재 개그’를 즐깁니다(웃음).”

김상중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수트가 잘 어울리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1일 일식(日食) 말고 1일 한식(韓食)을 하고 있다”며 아재 개그를 던졌다. 홍인기 기자
김상중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수트가 잘 어울리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1일 일식(日食) 말고 1일 한식(韓食)을 하고 있다”며 아재 개그를 던졌다. 홍인기 기자

김상중은 ‘말의 무게’를 늘 고민하고 있다. 대본을 수동적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에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씩 담아 내려 한다. 특히 클로징 멘트에 많은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전했던 날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고 마지막 멘트를 하면서 가슴이 먹먹해 말을 잇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방송을 계기로 미제사건이 해결되거나 재수사로 이어지면 큰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자괴감이 들 때도 적지 않다. “13년 전에 했던 얘기를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 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죠. 정의로운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 진실된 세상에 더 가까워질 거라고 믿습니다.”

인터뷰 시작이 그랬듯, 마무리도 아재 개그였다. 이번엔 세태 풍자를 곁들였다. “라면과 참기름이 싸웠는데 라면이 구속됐어요. 왠지 아십니까? 참기름이 고소해서. 한데 다음날 참기름도 구속됐어요. 왜? 라면이 불어서.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이 모든 일을 소금이 짰다고 합니다.” 인터뷰 중간 중간 곁들여진 그의 아재 개그에 어느새 중독돼 버렸다. 또 한 번 앙코르를 외쳤다. “소지섭과 소유진의 공통점 아십니까? 바로 ‘성동일’입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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