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어린이를 끌어들인 택배 도둑질이 늘고 있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죄 현장을 확인하더라도 범인 신원 추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 범죄 중 하나가 ‘택배 도둑’이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을 통해 주문한 물품을 배달원이 현관 앞에 두고 가면 이를 슬쩍 훔쳐 가는 것으로 ‘현관 해적(Porch Pirate)’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면서 이를 노리는 도둑질도 크게 늘어 지난해만 1,100만가구가 택배 도둑을 당했다는 민간 보안업체의 조사도 있다. 인터넷 매체 복스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1이 택배 도난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가구가 늘고 택배 도둑을 막기 위한 가정용 보안 시스템 개발도 활발하다. 아마존이 지난해 10억달러에 인수한 스마트 홈 기기 제조업체 ‘링’ 사는 현관 감시 카메라에 사람 움직임이 감지되면 휴대폰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기능 등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400개 경찰서와 파트너십을 맺어 현관 카메라 영상을 경찰과 공유키로 했다. 텍사스주가 지난 5월 택배 도둑을 중범죄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등 택배 도둑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주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범죄 단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택배 도둑질에 어린이까지 동원되는 일이 늘어 충격을 주고 있다. ABC 방송 등 미국 현지 방송에선 대여섯 살의 어린이가 택배 상자를 훔쳐 가는 장면이 담긴 현관 카메라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도난 피해자는 ABC 방송에 “정말 화가 났다. 물건을 훔쳐 간 아이를 욕하고 싶지 않다”며 “어린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가르친 부모가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7월 텍사스주 엘패소 카운티 당국은 5세 꼬마를 시켜 택배 상자를 가져오게 한 20대 남성을 체포했고, 지난해 12월에는 5세 된 딸을 ‘현관 해적’으로 이용한 40대 남성이 메릴랜드주 하포드 카운티에서 붙잡히기도 했다.
택배 도둑은 어린이들은 감시 카메라에 포착돼도 신원 추적이 어렵고 남의 집 앞을 기웃거려도 의심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택배 절도에 어린이를 이용하고 있다. 낯선 성인이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이웃 주민들의 눈에 띄기 쉽지만 어린이의 경우 크게 의식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으로 경찰 당국은 보고 있다. 어린이를 범죄 현장에 동원하는 비정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 더 큰 도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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