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테니스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19세의 신예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ㆍ15위)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38ㆍ미국ㆍ8위)를 2-0(6-3 7-5)으로 제압하고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품었다. 세레나가 지난 1999년 같은 장소, 같은 대회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윌리엄스 시대’의 서막을 알린지 정확히 20년 만의 일이다. 안드레스쿠는 테니스 사상 최초로 ‘2000년 이후 태어난 메이저 단식 챔피언’이자, 2006년 윔블던 마리아 샤라포바(32ㆍ러시아ㆍ87위) 이후 13년 만에 ‘메이저 대회 10대 우승자’가 됐다.
이번 경기는 역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 사상 가장 나이 차가 큰 선수들 간의 대결이기도 했다. 안드레스쿠와 세레나의 나이 차는 무려 19년이었다. 경력도 하늘과 땅 차이였다. 메이저 23회 우승에 빛나는 세레나에 비해 안드레스쿠는 올해가 US오픈 첫 출전일 정도로 경험이 일천했다. 지난해까지 세계랭킹 150위권이었던 안드레스쿠는 올해 BNP 파리바 오픈과 로저스컵 우승을 차지한, ‘가능성 있는 신성’일 뿐이었다. 다수의 전문가가 세레나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결승전 양상은 예상과 달랐다. 안드레스쿠는 서브에이스(5-9)와 위너(19-33) 등 공격 지표에서 세레나에 밀렸지만, 침착한 플레이로 최소한의 언포스드 에러(17개)를 범하며 1시간40분 만에 승리를 거뒀다. 세레나는 33개의 언포스드 에러를 쏟아냈고, 승부처였던 브레이크 포인트에서는 3개의 더블폴트를 쏟아내며 무너졌다. 퍼스트 서브 성공률도 단 44%에 그쳤다. ‘패기’와 ‘관록’의 대결에서 젊은 패기가 승리한 셈이다.
캐나다 국적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안드레스쿠는 이번 우승으로 여러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안드레스쿠는 프로 선수의 메이저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최초로 US오픈 여자 단식 본선에 처음 출전해 곧바로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그는 네 번째 메이저 출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등극했는데, 이는 1990년 프랑스오픈 모니카 셀레스(46ㆍ미국)가 세운 '최소 대회 출전 메이저 우승' 기록(4개)과 타이다.
반면 세레나는 2017년 출산 복귀한 뒤 메이저 준우승만 3번을 차지했다. 세레나는 패배에도 미소를 띤 채 안드레스쿠를 안아주며, 마지막까지 ‘여제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