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조개류나 곤충의 한자음에서 유래한 말들이 많이 있다. 먼저 원통의 표면에 나선형의 홈을 내어 부품을 결합하는 데 사용하는 나사는 한자로 소라 라(螺)와 실 사(絲) 자로 이루어진 말이다. 나사의 이름에 소라의 한자음이 들어간 이유는 나사에 나선형으로 홈이 파인 모양이 마치 소라 껍데기에 고랑이 져 있는 모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하여 사막에 호수가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바다 위 공중에 배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신기루라고 하는데, 신기루는 대합조개 신(蜃)과 기운 기(氣), 다락 루(樓) 자로 이루어진 말이다. 한자의 뜻대로 풀이해 보면 신기루는 대합조개가 뿜어내는 기운으로 생겨난 누각이라는 말인데, 대합조개가 바닷속에서 기운을 뱉어내면 사람의 시야를 흐리게 하기 때문에 마치 바다 위 공중에 누각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말이라고 전해진다.
우리가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등인 형광등은 개똥벌레의 한자음에서 유래했다. 형광등은 개똥벌레 형(螢)과 빛 광(光), 등잔 등(燈) 자로 이루어진 말인데, 개똥벌레의 꽁무니에 빛을 내는 발광기가 있어 밤에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특성에서 유래해 유리관 속에 빛을 내는 물질을 발라 전자 빔을 받았을 때 빛을 내는 형광등의 이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또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름답거나 매력적인 것을 고혹적이라고 말하는데, 고혹 역시 벌레의 한자음에서 유래했다. 고혹은 뱃속 벌레 고(蠱)와 미혹할 혹(惑) 자로 이루어진 말인데, 이는 뱃속 벌레가 속을 파먹어 큰 통증에 홀리는 것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대상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홀리게 된다고 하여 지어진 말이라고 전해진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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