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하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을 시작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행을 축소하는 3단계 조치로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가동시켰다고 발표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장치다. 이란은 2015년 체결한 핵합의에서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데 합의해, 2026년까지 1세대 구식 모델인 IR-1형을 포르도(1,044기)와 나탄즈(5,060)의 농축시설에서만 경제적인 목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또 이보다 성능이 좋은 차세대 원심분리기의 경우 연구개발에만 쓰이도록 우라늄이 없는 시험용 가스를 주입해야 하고, 우라늄을 농축 시 필요한 수준의 캐스케이드(다단계 연결 구조)를 구성할 수도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날 “IR-6, IR-4형 원심분리기 각각 20기를 캐스케이드로 구성해 가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처로 우라늄 농축 속도가 수배는 빨라져 우라늄 저장량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핵합의와 달리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실제 우라늄 농축에 사용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던 지난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60일이 지난 7월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을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30일 낸 보고서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량이 241.6㎏(육불화 우라늄 환산 357.4㎏)으로 한도량을 약 39㎏ 초과했고 농도는 4.5%로 유지했다는 분기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어 지난 6일 이란은 재차 핵합의에서 제한하는 원심분리기 관련 연구개발 조항을 지키지 않겠다며 3단계 조처를 개시했다.
한편 카말반디 대변인은 "다른 편(유럽)이 핵합의를 모두 지키는 즉시 이런 핵합의 이행 감축 조처는 짧은 시간에 되돌릴 수 있다"라면서도 "우리가 핵합의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번에도 유럽에 60일 시한(11월 초)을 제시하면서 핵합의를 제대로 지키라고 압박했다.
이란은 유럽과 핵합의를 유지하는 방안을 협상 중으로, 이란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핵합의 이행을 축소하는 4단계는 이란이 보유한 핵기술을 모두 가동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압박 메시지를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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