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집권 뒤 3번째 노동당 기관지 공동논설 
 美와 신경전 속 흔들린 金 위상 재건 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태풍 '링링' 북상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 연합뉴스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국무위원장)의 신념과 의지, 특출한 영도실력은 우리 국가를 인민의 나라로 존엄 떨치게 하는 근본 담보이다.”

71주년 정권 수립일(9ㆍ9절)을 사흘 앞두고 북한이 ‘김정은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김 위원장의 애민정신과 뛰어난 자질, 애국 헌신의 노력을 부각하면서다.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려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흔들린 김 위원장의 위상을 재건하고 대내 결속도 도모해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들인 일간 노동신문과 월간 ‘근로자’는 6일 ‘우리 공화국은 존엄 높은 인민의 나라로 무궁 번영할 것이다’ 제하 공동 논설에서 “오늘 우리 공화국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높이 모시어 자기 발전의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존엄 높은 인민의 나라,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에서 사는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간직하고 내 나라, 내 조국을 끝없이 빛내기 위한 투쟁에 총매진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했다.

노동신문과 근로자의 공동 논설 발표는 드문 일이다. 2002년 4월 이후 근 15년 만인 2017년 3월 25일 김 위원장 집권(2011년 12월) 이래 첫 공동 논설인 ‘우리식 사회주의 승리는 과학이다’가 나왔고 6ㆍ30 판문점 정상 회동을 계기로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질 무렵인 7월 13일, 두 번째인 ‘자력갱생은 조선 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다’가 실렸다. 이번이 세 번째다.

논설 내용은 김 위원장 찬양 일색이다. “위대한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상과 위업을 충직하게 계승하여 우리 국가를 존엄 높은 인민의 나라로 빛내어가시는 절세의 애국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조국 수호전, 인민 사수전의 전초선에 서계신다”, “폭설과 폭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시는”, “설사 99%의 잘못이 있어도 1%의 양심이 있으면 대담하게 믿고 이 땅에 생을 둔 천만 사람 모두를 따사로운 한 품에 안아주고 계신다”, “우리 공화국을 어떻게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는가, 우리 인민에게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안겨주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환히 꿰들고 계시는 실력가형의 영도자” 따위 표현들이 동원됐다.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언제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혁명을 끊임없는 상승에로 이끄는 빛나는 예지이고 천만 대중을 하나로 움직여 만난을 극복해 나가는 원숙한 조직 동원력이며 과학 기술을 중시하고 과학의 힘으로 기적을 안아오는 비상한 창조력”이라고 김 위원장의 영도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칭찬은 단속으로 이어진다. 논설은 “자기 영도자에 대한 우리 인민의 신뢰심은 그 어떤 맹목적인 추종도 아니고 직위나 직권에 대한 우상도 아니다. 그것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지니신 특출난 영도실력에 대한 끝없는 매혹이고 절대적인 믿음”이라며 “모든 일꾼들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숭고한 인민 중시, 인민 사랑의 정신을 심장에 새기고 우리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위하여 뛰고 또 뛰는 당의 충직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경제 건설은 우리 국가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고 인민들에게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기 위한 더 없이 중대한 사업”이라며 당원들과 노동자들을 상대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논설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진행되고 있는 김 위원장 집권 기반 공고화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차 2기 회의를 개최해 김 위원장의 권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했다. 강경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협상 및 대미 관계 개선을 밀어붙이고도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두 번째 맞는 9ㆍ9절의 목전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현재 김 위원장의 위신이 많이 추락한 상태이고, 이걸 다시 회복시키는 게 북한의 급선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대북 제재 국면 장기화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대내외의 불만과 위협에 대처하려면 권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김 위원장의 자각이 작용한 결과일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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