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산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WBSC U-18 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한일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ㆍ바위ㆍ보도 안 지겠다”고 다짐했던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약속의 8회’를 만들며 결승 진출 희망을 살렸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부산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5-4로 울렸다. 전날 대만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은 일본을 제물로 2승2패가 됐다.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를 선발로 내보낸 일본 역시 2승2패다. 대회 전 연습경기에서 오른손 중지 물집 때문에 이날 처음 등판한 사사키는 1이닝(1볼넷 1탈삼진 무실점)만 던지고 강판했다. 올해 최고 시속 163㎞를 찍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사사키는 물집 부상 여파로 7개 연속 볼을 던지는 등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총 투구 수는 19개, 스트라이크는 7개뿐이었다. 빠른 공 역시 153㎞에 그쳤다.

1이닝 만에 강판한 일본 선발 사사키 로키. 부산=연합뉴스

대표팀은 한국 야구와 유독 인연이 깊은 8회에 또 한번 극적인 드라마 한편을 예고했다. 그 동안 한국 야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일본을 만나 8회에 승부를 뒤집는 역전극을 수 차례 썼다.

청소년 대표팀도 8회말에 좋은 기운을 받았다. 숱한 득점 기회를 놓치고 0-2로 끌려가던 대표팀은 1번 이주형(경남고)의 중전 안타와 2번 김지찬(라온고)의 재치 있는 번트 안타로 무사 1ㆍ2루 기회를 잡았다. 3번 박주홍(장충고)의 투수 앞 느린 땅볼 때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1사 2ㆍ3루에서 4번 장재영(덕수고)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5번 남지민(부산정보고)이 3루 땅볼을 쳐 득점 기회를 놓치는 듯 했지만 남지민의 타구를 잡은 상대 3루수가 1루에 악송구를 했다. 그 사이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2-2 균형을 맞췄다. 이후 대표팀은 9회말 2사 1ㆍ2루에서 김지찬의 좌익선상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루 주자 강현우(유신고)가 홈에서 태그 아웃 돼 끝내기 기회를 놓쳤다.

연장으로 접어든 승부에서 10회초 먼저 2점을 내준 대표팀은 10회말 스스로 무너진 일본 덕분에 다시 기세를 올렸다. 무사 1ㆍ2루에서 박주홍의 번트를 상대 투수 하야시 유키가 한번에 잡지 못하고 급하게 1루에 던지느라 악송구가 됐다. 이 때 2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무사 2ㆍ3루 기회를 계속 잡았다. 장재영의 볼넷으로 만루가 된 가운데 남지민이 3구 삼진을 당했지만 후속 타자 신준우(대구고)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동점을 이뤘고, 박민(야탑고)이 외야 희생 플라이로 경기를 끝냈다. 대표팀 에이스 소형준(유신고)은 6.2이닝 7피안타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고, 마무리 최준용(경남고)은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2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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