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사회복지사 성환호씨가 밝힌 “가장 보람된 순간”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성환호(43)사회복지사는 공대 출신 사회복지사로 유명하다. 토목공학과를 졸업해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했다. 일도 일이지만 상명하복 문화와 잦은 술자리 때문에 직업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다. 그의 고민에 “다른 데도 힘들긴 마찬가지”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건설 일은 네 적성에 안 맞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학교에 다닐 때도 문과생이 왜 공대에 다니냐는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동아리도 야생화 동아리에 들어가 산과 들로 다니면서 꽃 사진만 찍었죠. 애초에 공대가 안 맞았던 거죠.”
33살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남들보다 한참 늦게 복지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일이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공사판에서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오버랩되는 복지대상자도 많고요. 하지만 보람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죠.”
복지 업무상 서로 협력해야 하는 일이 많은 것도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장점이라고 했다. 복지대상자에게 필요한 것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복지대상자 한명을 놓고 여러 복지사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일을 한다. 그는 “협업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얼마 전 팔을 다친 피아노 학원 원장을 맡았다. 남편과는 사별했고, 학원을 막 확장해 놓은 상황이었다. 의사는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복지관에서는 상담과 함께 의료비 지원, 월세 지원 등을 통해 자립을 지원했다.
“그 원장님이 저에게 ‘복지관을 통해 도움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은 자립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줘도 다시 일어섭니다. 동료들과 함께 멋진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복지사 하길 잘했단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죠.”
성 복지사는 “방황 끝에 적성에 꼭 맞는 일을 찾은 만큼 공동체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