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한국을 희화화하거나 양국 갈등을 부추기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이 발간한 ‘주간 포스트’가 ‘한국 따위는 필요 없다’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실어 혐한(嫌韓)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민영방송의 와이드쇼(방담 형식의 정보 프로그램)도 연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을 과도하게 방송하고 있다. 보수ㆍ우익층을 겨냥해 ‘한국 때리기’로 판매부수와 시청률 확보를 노린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6일 미디어 모니터링 업체인 ‘니혼 모니터’를 인용,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된 7월 이후 TV 와이드쇼에서 한국을 다루는 시간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7월 첫째 주 2시간 53분이었던 것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발표된 8월 넷째 주엔 6시간40분, 8월 다섯째 주엔 13시간 57분까지 확대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엔 한국인 남성의 일본 여성 폭행사건과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주로 내보내고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린 6일에도 TV아사히(朝日)와 후지TV 등 민영방송 4개사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조 후보자 청문회 소식을 수시로 내보냈다.
문제는 한국을 다루는 방식이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전문가 패널들의 인상 비평이나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조장하는 발언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케다 구니히코(武田邦彦) 주부(中部)대 특임교수는 지난달 27일 TBS 계열 CBS TV의 ‘고고스마’에서 “일본 남자도 한국 여성이 들어오면 폭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난달 19일 TV아사히의 ‘와이드! 스크램블’에선 구로가네 히로시(黑鐵ヒロシ) 평론가는 한국과 일본의 국교 단절을 뜻하는 단한(斷韓)을 언급했다. 3일 열린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선 조 후보자를 ‘양파 남자’, 그의 대학동기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얼음공주’로 묘사, 양자 대립구도로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교도(共同)통신 서울특파원 출신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青木理)는 3일 TV아사히에 출연해 “등장인물이 개성적인 한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거나 일본과 갈등 중인 한국이 혼란에 빠진 상황을 즐기는 것인지(모르겠다)”라며 “그보다 일본에선 후생노동성 정무관의 의혹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조 후보자의 의혹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자민당 중의원 의원인 우에노 히로시(上野宏史) 정무관의 외국인 노동자 체류자격 신청과 관련한 금전 요구 의혹은 다루지 않는 일본 언론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한 민영방송의 프로듀서는 아사히신문에 “한국을 다루면 시청률이 높다”라며 “각 방송사가 일정한 수가 확보된 혐한층을 겨냥해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東京)신문도 4일 주간지의 혐한 보도와 관련해 “출판시장이 불황인 상황에서 과격한 주장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신문노조연합(신문노련)은 6일 혐한을 부추기는 보도를 그만 둘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문노련은 “진실을 알리는 보도의 봉쇄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전전(戰前ㆍ태평양전쟁)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시류에 대항하기는커녕 상업주의로 내셔널리즘을 부추겼던 보도의 죄를 잊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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