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폭 증액 압박에 적정성 따지는 ‘깐깐한’ 대응 예고
美日과 달리 韓美는 총액 타결…정무 능력 부족 우려도
올해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문 가서명식을 앞두고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내년 이후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결정할 한미 협상의 대표로 15년 만에 비(非)외교관이 기용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금액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게 된 만큼 예산과 수치에 밝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인사를 낙점해 미국에 꼼꼼히 따지라고 주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여러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는 외교부 등 차기(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관련 부처가 올린 복수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누구를 협상 수석대표로 최종 발탁할지 고민 중이다. 최종 후보군에는 특히 전직 기재부 간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기재부 출신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된다면 근 30년간의 협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단위로 체결한 SMA의 협상은 초반 10여년 동안 국방부가 주도해 오다가(1991~2004년 적용한 1~5차 협정)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대표 자리가 외교부가 넘어갔다. 2005년 이후 적용된 6차 협정 협상 뒤 지난해 10차 협상까지 줄곧 외교관이 대표단을 이끌어 왔다. 아무래도 군인보다 외교관이 협상에 더 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원래 방위비 분담금은 일종의 예외다. 1950년 한미가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5조). 그러나 1991년부터 유지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SMA를 미국과 맺고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을 우리가 지원해 오고 있다. 한국이 먹고살 만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협상은 사정이 더 특별하다. 분담금 규모를 대폭 불리려고 미국이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리뷰’를 통해 분담금 산정 기준을 새로 만들면서 △전략자산(위력적인 첨단 무기) 한반도 전개 △한미 연합 군사연습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죄다 청구서에 집어넣어 50억달러(약 6조원)에 육박하는 한미 동맹 유지비를 산출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분담금 대폭 인상을 기정사실화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에도 백악관에서 “우리는 일본ㆍ한국ㆍ필리핀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거듭 압박했다.

협상 대표로 기재부 출신이 거론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돈과 계산에 밝은 재정 전문가를 내세워 미 측의 증액 압박에 타당성과 적정성, 현실성 등을 따져가며 깐깐하게 대응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가 예산에 1조원 이상의 부담을 주게 된다는 사실과 이번 협상이 특히 어려울 거라는 전망 등을 감안해 적임자를 찾다 보니 청와대가 기재부 출신 인사까지 검토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특성이나 타결 방식을 고려할 때 기재부 출신이 대표를 맡는 게 적절하냐는 반론도 외교가에 만만치 않다. 분담금 협상이 산출 근거를 세밀하게 따지기보다는 상부에서 결정된 금액을 올리거나 깎는 ‘톱다운(하향식)’ 흥정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항목별로 분담금 규모를 결정하고 실사용 액수로 정산하는 미ㆍ일과 달리 한미는 미리 총액을 타결해버리기 때문에, 협상 대표가 셈만 잘해서는 안 되고 정무적 판단 능력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 동맹관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수석대표가 최종 결정되거나 구체적 협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15일 추석 연휴가 끝나면 한미 양측에서 본격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협상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협상을 조만간 시작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떤 전략과 전술로 협상에 임할지는 매번 협상 단계마다 심도 깊게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분이 대표가 되든 그런 원칙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려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정한 제10차 SMA 문서에 서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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