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약체다.” “이래선 월드컵 본선에 못 간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27ㆍ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97위 조지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작심발언을 했다. 결과나 경기 내용에 대한 지적이라기보다 정신력에 문제를 드러낸 선수단에 대한 일갈이었다. 이날 경기는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주인공 이강인(18ㆍ발렌시아)의 성인 대표팀 데뷔전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캡틴’ 손흥민은 축하에 앞서 ‘원팀’을 강조한 메시지를 던졌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향한 여정을 앞둔 한국 대표팀이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경기 후 손흥민은 취재진과 만나 “이런 경기를 치른 것에 주장으로서 많은 책임을 느낀다”며 “전술문제가 아닌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세계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란 걸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약체고,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팀이 될 수 없단 사실을 선수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던진 자아비판과 현실직시는 엄중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실제 손흥민 얘기처럼 이날 대표팀은 ‘종이 호랑이’에 가까웠다. 파울루 벤투(50)감독의 ‘플랜B’인 3-5-2 전술로 나섰다지만, 이날 A매치에 데뷔한 이강인, 부상을 털고 나선 권창훈(25ㆍ프라이부르크)은 중원에서 녹아 들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권경원(27ㆍ전북), 김민재(23ㆍ베이징궈안), 박지수(25ㆍ광저우헝다)로 이어지는 수비라인도 불안정했고, 측면 자원들의 수비가담도 늦어 곳곳이 구멍이었다. 권창훈이 공을 뺏긴 뒤 수비들이 제대로 손도 못 댄 채 자노 아나니제(27)에 선제골을 내준 장면은 이날 대표팀의 전반전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0-1로 뒤진 채 시작된 후반전에선 2분과 40분 황의조(27ㆍ보르도)가 두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는 듯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기오르기 크빌리타이아(26)에 동점골을 내주며 결국 2-2로 경기를 마쳤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전반전만 보면 지금까지 치른 17경기 중 가장 좋지 않은 45분이었다“며 “후반에도 전반의 실수가 되풀이된 만큼 이유를 분석하겠다”고 했다. 평가전인만큼 이날 진통의 원인을 잘 따져보고 처방을 내리겠단 뜻이다.
경기 결과엔 아쉬움이 남았으나 결과적으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나서는 대표팀엔 따금한 예방주사였던 소중한 기회였다.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이 만18세 198일째 되는 날 A매치에 데뷔해 후반 7분 프리킥 기회에서 왼쪽 골 포스트를 맞추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선발 골키퍼 구성윤(25ㆍ삿포로)과 후반 교체 투입된 이동경(22ㆍ울산)도 A매치 첫 경기로 국제무대를 경험했다. 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차 예선 첫 경기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로 이동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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