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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흉통은 심근경색? 더 무서운 대동맥박리증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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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흉통은 심근경색? 더 무서운 대동맥박리증일 수도

입력
2019.09.09 23: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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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인터뷰

“대동맥 노화로 늘어나고 찢겨져… 치료 안 하면 한 달 내 90% 사망”

김혁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극심한 가슴 통증 때문에 심근경색으로 자주 오인되는 대동맥박리증은 1시간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씩 높아지는 매우 위중한 병”이라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김혁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극심한 가슴 통증 때문에 심근경색으로 자주 오인되는 대동맥박리증은 1시간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씩 높아지는 매우 위중한 병”이라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극심한 가슴 통증이 생기면 심근경색을 의심해 황급히 응급실을 찾게 된다. 의료진도 극심한 흉통을 심근경색 증상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대동맥이 뜯겨진 대동맥박리증이어도 심각한 흉통으로 의식을 잃거나 마비 등이 생기기도 한다. 대동맥박리증은 60~70대에 많이 발병한다. 특히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남녀 비율이 비슷해지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

‘대동맥박리 수술 권위자’ 김혁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대동맥박리증이 생기면 40% 정도가 병원에 옮기기 전에 목숨을 잃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 이상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중한 병”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심근경색증으로 많이 혼동해 초기 대응을 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갖춘 병원으로 빨리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동맥박리증이란.

“나무는 뿌리에서 큰 줄기가 나와 여러 작은 줄기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나무의 큰 줄기에 해당하는 것이 대(大)동맥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시작돼 양쪽 다리에 가지를 내기 직전까지의 동맥을 말한다. 가슴 부분을 흉부대동맥, 배 부분을 복부대동맥이라고 한다. 대동맥은 안쪽에 내막, 가운데에 근육으로 이뤄진 중막, 바깥쪽에 외막이 있는 3개의 막으로 둘러싸인 튼튼한 관이다.

단단한 상수도 파이프도 시간이 지나면 녹슬고 막히듯이 튼튼한 대동맥도 노화되면서 막히거나 늘어나고 찢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대동맥이 찢어지는 것을 대동맥박리증이라고 한다. 박리(剝離)라는 말 그대로 대동맥이 사과껍질처럼 벗겨지는데 안쪽부터 찢어진다. 3개 층으로 이뤄진 대동맥의 벽이 안쪽에서 내막이 파열돼 중막으로 피가 흐르는 상태가 된 외막만 남아 있는 상태가 된다. 대동맥 박리가 생긴 뒤 2주까지를 급성이라고 하고 그 후를 만성이라고 하는데, 드물게는 아프지 않고 지내다가 박리된 대동맥이 늘어나 병원을 찾기도 한다.”

-통증이 극심하다고 하는데.

“칼로 찌르는 것 같거나 심지어 도끼로 찍는 듯한 아주 심한 통증을 느낀다. 평생 경험한 통증 가운데 가장 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통증 부위는 대동맥이 찢어진 부위에 따라 다른데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이 박리됐을 때에는 앞가슴이, 흉부에서 배로 내려가는 부위가 박리됐다면 등이나 복부가 아프다.

보통 증상으로 이를 구별하기 어렵고 감별하기 위해 혈액, 심전도, 흉부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계속돼 응급실을 찾게 된다. 마약성 진통제에도 통증을 조절하기 어렵고, 혈압 등을 조절해야 통증이 가라앉는다.”

-대동맥박리증이 생기는 원인은.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다. 대동맥박리증 환자의 8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또한 흡연, 당뇨병, 이상지질혈증도 주원인이다. 이밖에 비만, 고령, 동맥염(타카야수병, 거대세포증) 등이 있다. 선천적 질환으로 이첨대동맥판막, 대동맥축착증과 유전 질환으로는 마르판증후군, 엘러스-단로스증후군 등이 있다. 나이 들면서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60대 이후에 특히 발병 위험이 높다. 젊은 나이에 발병했다면 유전이나 선천적인 원인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흉부 CT 검사로 대동맥박리를 확진할 수 있다. 어느 부위의 대동맥이 찢어졌는지 확인한다. 박리 부위와 경중에 따라 수술이나 약물치료, 스텐트삽입술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상행대동맥)이 찢어졌다면 수술이 원칙이다. 수술할 때는 박리된 대동맥을 인조 혈관으로 대체한다. 2005년에는 상행대동맥 수술이 192건에서 2016년에는 577건으로 3배나 늘어났고, 수술 사망률도 18%에서 11%로 줄었다. 수술 사망률이 줄어든 것은 수술기법 발달과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의 질적 향상 덕분이다. 수술 후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없다면 정기적인 외래 진료와 함께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른 부위의 박리는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환자를 안정시키고 혈압을 조절해 박리증이 심해지지 않도록 내과적 치료가 진행된다. 수술은 필요하다면 빨리 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내과 시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내·외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행 흉부 대동맥박리는 혈압 조절 등 약물치료가 우선한다. 대장·소장·콩팥 등 복부장기나 다리에 혈액이 가지 않거나 파열이 의심되거나 동맥류가 생겼다면 인조 혈관 삽입술(스텐트삽입술)이 시행된다. 2005년에 7건에 불과했던 삽입술은 2016년에 115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하이브리드수술실은 시술과 수술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혈관조영장비가 구비된 수술방이다. 시술이 실패하면 이전에는 환자를 수술방으로 옮겼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수술실에서 곧바로 수술할 수 있다. 또한 시술과 수술이 동시에 필요하다면 하이브리드수술실을 이용하면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우리 병원도 2015년부터 하이브리드수술실을 가동해 대동맥박리 환자를 적극 치료하고 있다.”

-사망 위험이 높은데 예방이나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고혈압을 비롯한 이상지질혈증, 당뇨병을 잘 관리하고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노화는 혈관에도 생기기 때문에 동맥경화가 되지 않도록 주기적인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혈관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동맥박리증은 갑자기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므로 조기 발견은 어렵다. 하지만 이첨대동맥판, 마르판증후군 등과 같이 선천적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진찰을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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