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창구 조광무역 통해 판매 시도한 정황
북한이 해외 무역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유엔 제재를 받는 재래식 무기를 판매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숨통이 막힌 외화벌이 활로를 뚫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5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이날 현재 북한 해외무역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광무역 홈페이지에 탱크와 미사일, 로켓포 등 북한산 재래식 무기 목록이 다수 올라와 있다. 겉으로는 상품 소개란을 △건설ㆍ농업 △중공업 △조류 추적ㆍ연구 부문으로 나눠 일반 무역회사 형태를 띠고 있지만 취급 물품은 전부 북한이 생산하는 무기 이름과 제원으로 채워졌다. 북한 주력전차 ‘폭풍호’와 2010년 열병식에 등장한 ‘천마호’는 각각 420만달러(51억원), 270만달러(32억원) 가격으로 건설장비 코너에서 팔리고 있다.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KN-06 미사일(조류 추적ㆍ연구)에는 ‘사거리가 150㎞를 넘고 적 항공기에 대한 고도의 장거리 공격 능력을 제공한다’는 설명과 함께 무려 5,100만달러(614억원)의 값이 매겨졌다. 또 이 회사는 ‘생산ㆍ수리에 관한 전문지식 및 전문가도 제공 가능하다’며 단순 판매뿐 아니라 무기 제조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북한 당국이 해당 사이트를 개설했다는 명시적 언급은 없다. 하지만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 본사를 둔 조광무역이 지금까지 북한 외화벌이 창구 및 김정일ㆍ김정은 일가 사금고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와의 연관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유엔 대북제재를 정면 위반한 일이 된다. 2006년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모든 종류의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 무기 판매는 촘촘한 감시망으로 돈줄이 마른 북한이 다양한 우회로를 활용해 외화를 획득하기 위한 전방위 시도로 읽힌다. 3일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2017년 북한이 시리아로 화학공장 내장재를 운송하려다 그리스 정부에 의해 적발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판매 목록에 포함된 240㎜ 다연장로켓(방사포)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무기 4종을 잇따라 선보인 사실에 비춰 효용성이 줄어든 구식 무기를 처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다른 매물인 T-34전차 역시 6ㆍ25전쟁 때 사용돼 현대전 개념과 맞지 않다.
조광무역 홈페이지 존재를 처음 알린 ‘마카오 비즈니스 매거진’은 “웹사이트가 차단되지 않도록 무기 목록과 정보를 숨기는 북한의 전형적 수법이 사용됐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은 무기 명칭과 상품 판매명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가짜 사이트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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