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독자권익위원회]
‘뷰엔’ 붉은 수돗물ㆍ도심 싱크홀 등 도시 안전문제 시리즈로 경각심
조국 보도는 감정 앞서가지 말고 저널리즘 기본 지키는 후보 검증을
[권3]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8월 회의를 열고 한국일보 기사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9-08-21(한국일보)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본사에서 8월 회의를 열고,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인 이민규 위원장과 우재욱(변호사) 이은기(연세대 사회학과) 조희정(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광범(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편집장) 황동일(여시재 기획위원) 위원, 김혜원(민음사 편집부장) 위원, 간사인 진성훈 한국일보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정진황 뉴스1부문장이 참석했다.

이민규: 한일 경제 전면전, 중국,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 독도 영공 침범, 8ㆍ15 광복절, 문재인 정부가 2기 내각과 인사검증 등 여름 폭염보다 더 뜨거운 이슈들이 많았다. 특히 한국일보의 앞서가는 후보자 검증 보도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8월 19일자 1면 ‘조국 딸, 두 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는 탁월한 기사였다. 언론의 검증과 탐사 기능이 돋보였다.

김혜원: 8월 8일자 1면 ‘발견 5년 만에 찾아간 印尼 위안소: 참담한 印尼 위안소… 버려진 ‘짐승 우리’ 같았다’ 기사 등 인도네시아 암바라 일본군 위안소 르포기사는 현지에서조차 역사가 잊힌 채 관광객에게 화장실로 이용되는 실태를 보도했다. 버려진 역사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뷰엔은 붉은 수돗물, 도심 싱크홀, 잠기거나 텅 빈 인명구조함 등 안전문제를 시각적으로 다루며 경각심을 주었다면 8월로 넘어와서는 한일 갈등이 확산일로인 가운데 ‘포위된 태극기… 오늘과 닮았던 해방 조선’ 기사는 미ㆍ영ㆍ중ㆍ소, 4개국의 대형 국기 사이로 태극기가 내걸린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을 비롯해 역사적 장면에 담긴 시대상을 한눈에 살필 수 있었다.

스타트업 젊은 정치 2부 스웨덴과 프랑스 해외 취재를 관심 있게 봤다. 7월 29일자 1면 ‘0% 대 12% … 스웨덴 다양성 비결은 정치 축제’ 기사 등은 연령제한이 없어 청소년과 청년 당원이 넘치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정치를 경험하고 입문하는 환경과 알메달렌 정치 주간의 생생한 현장 보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젊어지기 시작한 프랑스 정치 환경 등을 현지에서 쉽고 명료하게 전달했다.

신성현 위원: ‘한일관계 전문가 긴급 진단’, ‘日 지식인에 듣는 한일 갈등’ 시리즈를 연속 보도했다. 전문가 입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의 해법과 대안들을 제시했고, 공을 들인 기사였다. 8월 5일자부터 시작한 ‘日 극복한 ‘산업의병’들’ 시리즈는 우리 소재 기업 중에서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거나 극복한 기업을 다뤘다. 참신했다. 개별 기업체가 어떻게 특정 기술을 개발했고 성공했으며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를 보여줘 의미가 있었다. 8월 2일자 2면 ‘국내 기업 ‘日제품 보이콧’ 반사이익 없었다’ 기사는 재미있었지만 왜 제품군별로 반사이익이 없는지, 이유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8월 13일자 13면 ‘근무자 2명 출동하면 ‘텅텅’ 비어 “석원호 소방위 순직, 남 일 아니죠”’ 119지역대 실태 보도는 대부분의 119지역대 인력이 부족해 운영, 관리가 어렵고, 소방관 순직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8월 15일자 광복절에 1면 헤드라인을 어떻게 뽑을지 궁금했다. ‘70년 지나도 바로 못 세운 독립유공자 서훈’기사다. 서훈 문제를 잡았다. 충분한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서훈을 받지 못했거나 낮은 등급을 받은 이유, 원인 및 그 대응 등을 자세하게 보여줬다.

우재욱: 한일 갈등 이슈를 다루는 한국일보 기사를 쭉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느껴졌다. 한일 갈등은 근본적으로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이므로 법적 관점에서 보면 국제법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원인과 대책을 이야기한 많은 기사, 칼럼, 인터뷰 중에서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설명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국제법전문가나 국제법 학자의 목소리를 지면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8월 17일자 2면 기사에 이원덕 교수가 현안인 징용 배상 판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하기 어려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부품 국산화 문제가 더 부각된 것이 아닌가 한다. ‘日 지식인에게 듣는 한일갈등’ 시리즈는 경청할 내용이 많았던 반면에 우리 입맛에 맞는 친한파, 지한파 지식인에 치중돼 있다. 8월 7일자 10면 ‘교차ㆍ합병ㆍ징검다리… 대형 교회 변칙적 가족세습 끊길까: 명성교회 세습 부당 판결’ 기사와 27면 관련 사설은 변칙세습 현황과 판결 쟁점, 의미를 잘 정리했다. 우리 사회도 서구처럼 탈종교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교적, 초월적 위로와 감동에 목말라 있는 점도 있다. 한국일보가 종교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흐름을 따라가면 좋겠다. 7월 19일자 30면 고재학 논설위원의 ‘지평선: 정두언이 부른 내 평생에 가는 길’이 기억에 남는다. 담담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는 좋은 글이었다.

이은기: 8월 1일자 13면 “1차 서류 전형에 강의계획서까지 내라니…” 기사는 강사법 관련 내용이라 대학가에서는 핫한 이슈다. 그런데 ‘강사법이 생기는데 왜 강사는 더 없어지는지’ ‘뭐가 달라지는지’ 이런 내용을 짚은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 이 기사도 시간강사 입장에서 강사법 시행으로 불합리한 지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강사법이 무엇인지, 강사법 때문에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지, 왜 변하는지를 충실히 알려줬으면 좋았겠다. 8월 9일자 25면 형형색색 ‘리얼돌, 음란해서 문제인가: 장다혜’ 8월 10일자 26면 2030 세상보기 ‘26만 여성의 공포를 이해하기 위해: 황효진’ 은 왜 지금 리얼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잘 짚어줬다. 개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음란물을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남녀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과 유사성이 있는 존재를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것이 여성의 존엄을 훼손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논점이 칼럼이란 방식을 통해서 이야기돼서 좋았다. 8월 2일자 26면 36.5도 ‘벼랑 끝에 서는 마음: 김혜영’은 고공농성 중인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소속 김용희씨를 취재하러 갔을 때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풀었다. 사회를 보는 기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조희정: 7월 18일자 15면 ‘뷰엔: 도심 싱크홀’ 기사의 완결성이 굉장히 높다. 사건의 원인, 현황, 문제점, 해결방안 등에 대해서 딱 떨어지게 보여줬다. 적절하고 알기 쉬운 그래픽도 돋보였다. 7월에 가장 발생률이 높다는 경고 메시지도 시의적절했다. 8월 7일자 16면, 17면 ‘가성비 vs 가심비… 당신의 선택은?’은 대중적 관심이 높은 부분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8월 10일자 17면 ‘로봇 저널리즘, 휴먼 저널리즘 대체할까’ 기존 저널리즘의 위기상황에서 이러한 메타저널리즘 기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신문이, 언론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 ‘스타트업 젊은 정치 2부’ 스웨덴 프랑스 해외취재는 접근법이 진부하다. 알메달렌은 주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다. 약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더 세게 나가려면 ‘spin-off’ 기사가 필요하다. 젊은 정치가 필요하다면 제도적 개선 방안을 끝까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최광범: 지난달 추경예산 문제를 지적했는데 독자 권익위원의 제안을 지면에 반영해줘서 고맙다. 7월 16일자 6면 ‘본예산 한 푼도 못썼는데 20배 증액… 황당한 추경 사업들’ 기사는 지난 달에 이어 추경문제를 다시 다룬 것이다. 관행화된 추경 문제, 예산의 집행 문제, 예산의 감시 문제를 세세하게 잘 짚었다. 8월 16일자 18면 ‘책과 세상: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여행에 지쳤다면, 읽고 느끼고 사유하라’ 같은 기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 기사에 세 권의 책이 소개됐다. ‘한 출판사의 보도자료를 보고 썼나’ 생각이 들어 출판사를 봤다. 출판사가 다 달랐다. 기사도 재미있고 책을 사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8월 13일자 8면 ‘끝내 쪼개진 평화당… “바른미래 호남계 움직이면 보수통합 가속”’ 기사는 취재원이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인용해서 제목으로 달았다. 신문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객관성이라는 이름을 빌어 처리한 잘못된 관행이다. 인용 제목은 자신감이 없고, 기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관계자 멘트를 통해 대리시키는 인상을 받는다. 8월 10일부터 한국일보 스포츠면은 매일 봉황대기 기사가 톱으로 올라왔다.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는 타 신문사가 주최하는 대회라 취급하지 않는다. 타 신문사 주최일지라도 지면을 할애해주길 바란다.

황동일: 8월 14일자 6면 ‘다시 부르는 삼월의 노래: 가장 먼 곳의 독립운동… 쿠바의 동포들’은 기획시리즈 마지막 기사다.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총 122건의 기사가 나왔다. 8개월에 걸쳐서, 긴 호흡으로 일제하 독립운동을 기록하고 취재했다. 양적인 성실성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좌익 낙인이 찍혀 서훈을 받지 못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쿠바나 멕시코 해외 현장의 한인 독립운동가, 기리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묻혀있어야 할 현충원에 친일파들이 묻혀있다는 기사 등 다양한 소재와 시각으로 독립운동을 입체적으로 다뤘다. 기획력과 취재력이 돋보였다. 향후 단행본으로 출판해도 좋을 것 같다. 8월 21일자 5면 ‘단독: ‘조국 처남’ 웅동중 前행정실장, 교육청 감사 5건 적발’ 기사는 처남이 적발된 게 아니다. 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처남이라고 꼬집어서 기사 제목을 달고 기사를 썼다. 기사 내용에 보면 ‘경남 교육청이 국회 교육위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웅동학원 관련 감사결과 자료인데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민망해 보인다. 한국일보는 사시가 ‘불편 부당’이다. 그런데 자신의 불편 부당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과도하게 편향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민규: 8월 19일자 1면 ‘조국 딸, 두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 기사로 조국 후보자 딸 관련 이슈가 촉발됐다. 후보자 검증 보도에서 저널리즘 기본을 지켰으면 한다. 특종을 했지만 감정적으로 앞서가지 않는, 정도를 걷는 보도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8월 19일자 1면 “짜고 치는 채용놀음에 바보처럼 부푼 꿈… 촛불정부 맞습니까”’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의 피해자인 류재용 교수 사연은 1면 톱으로 가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정부 인사와 관련해 상당히 의미 있는 기사다. 본인이 신문사에 직접 왔다. 한국일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7월 30일자 1면 ‘“어느날 폐암 날벼락”… 소각장 난립한 청주의 비극’ 기사 등은 청주 소각장 보도다. 청주만의 문제일까. 과거 공장지대를 아파트로 분양을 하면서 땅을 제대로 관리를 안 한다. 전국 시리즈로 해도 좋을 것 같다. 8월 24일자 4면 ‘한일 경제격차 축소ㆍ냉전 종식ㆍ中 부상… ‘65년 체제’ 손 볼 때’ 기사에서 아베 일본 총리가 펀치를 맞고 있는 사진을 썼다. 타블로이드판에 나올 법한 사진이다.

정리=정진황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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