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에 기대ᆞ지지 거두는 촛불민심
그들의 목소리 듣지 않으려는 靑과 민주당
결국 검찰개혁마저 위태롭게 한 것 아닌가
6일 열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 광란(狂亂)의 끝이 될 수 있을까. 꼭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왠지 불안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 시 검찰 수사가 또 어떤 국면을 만들어 낼지 예측 불허이기 때문이다. 검찰을 지휘하는 장관과 그 가족을 검찰이 수사하는 묘하고 기막힌 상황. 한국 사회는 더 갈라져 맹렬한 공방전을 벌일 것이다. ‘내 편 아니면 네 편’식의 이분법적 접근만 있는, 이성과 합리를 구축(驅逐)하는 이 살벌한 쟁투의 끝은 어디일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 임명이 ‘사태’로 비화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평등ᆞ공정ᆞ정의를 내세운 정권의 이율배반을 성토하는 20ᆞ30대들의 목소리는 점증하고, 보수는 물론, 촛불을 들었던 중도 시민들과 586세대들은 진보의 위선에 낭패를 느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진보 진영에선 ‘무늬만 진보 정권’ 비판이 다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번처럼 이 정권에 기대를 걸었던 다양한 계층과 세대에서 비판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적은 없었다. 위기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은 그 이유를 제대로 헤아려 보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저 ‘닥치고 조국 임명’에 매몰돼 있다. 여론은 “조국밖에 없냐”고 묻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오직 조국”만 외친다. 비판은 ‘닥치고’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조국’만 붙들고 왜 조 후보자여야 하는지 설명도 설득도 않은 채 본인 관련 의혹이나 불법은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비판을 듣지 않으려 하니 결국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징후는 곳곳에 널려 있다. 청와대는 ‘끝장 간담회’가 끝난 3일 “의혹들을 해소하지 못한 부분은 별로 없다” “논란 정리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모른다”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로 ‘퉁’친게 대부분인데, 그래서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가 간담회 후 남은 거라곤 또다른 의문과 허탈감밖에 없는 국민에게 의혹이 해소됐다니. 도무지 언론인 출신 수석비서관이 내놓은 입장 표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게 대통령 입장이라면 정말 통탄할 일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임명해도 좋겠다’와 ‘임명해선 안 된다’ 의견에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며 조 후보자를 지키겠다고 했다. 여전히 과반이 반대하는 현실(51.5%~57%)은 무시됐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많은 의혹에 소상히, 솔직하고 성실하게 해명했다”고 했다. 지도부는 그렇다 치자. 초선 의원들은 또 어떤가. 지도부가 제대로 민심 변화를 읽고 균형잡힌 판단과 결정을 하도록 간(諫)하지는 못할망정 청년들을 힐난한 여권 인사에 일침을 가했다고 동료 의원을 대놓고 비난해 당내 언로를 막고, 조 후보자를 치켜세우면서까지 ‘조국 구하기’의 전위대를 자처한 것은 목불인견이다. 안이한 건지, 무모한 건지, 오만한 건지 가늠키 어려운 현실 괴리형 행태들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눈앞의 대통령ᆞ정당 지지도, 그 너머를 보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온전히 검찰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상황인지 살피기 바란다. 뼛속까지 ‘검찰 보수주의자’라는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호락호락 개혁에 호응하리라 본다면 오산이다. 진작 수사주체를 은밀히 특수부로 바꿨을 때, 검찰은 이미 무엇이든 이 잡듯 뒤져 조 후보자나 그 가족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작심한거나 다름없다. 권력에 충성 않는 검찰상(像)을 띄우면서 검찰개혁도 막아 내는 일거양득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검찰만 가진 조 후보자 딸 생활기록부 자료가 검사 출신 야당 의원 손에 넘어가는, 검찰이 던지는 노골적 메시지처럼 비치는 이런 기막힌 일들이 더는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 선택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몫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청와대와 민주당은 깊은 내상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어찌 할 텐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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