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靑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송광수 총장 “내 목을 쳐라”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수사 싸고 황교안 법무-채동욱 총장 대립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거론하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충돌했던 과거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는 박 장관의 주장은 과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충돌했던 양상과 한 치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가 대립했던 사례를 먼저 거론하고 있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특별수사팀을 꾸리며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핵심 피의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당선됐던 18대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던 ‘위험한 수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황 전 장관이 채 전 총장의 사생활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이 사표를 던지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 해 10월 이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외압’ 의혹을 제기해 다시 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보다 앞서 수사지휘권 문제를 놓고 장관과 총장이 ‘전면전’을 벌인 전무후무한 사건도 있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통일전쟁 발언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청법 8조에 명시된 수사지휘권을 공식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통해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하자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표를 던지며 항의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장관과 총장이 대립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4년 청와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밀어붙이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쳐라”고 반발해 화제를 모았다. 송 총장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호출을 했으나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보고 의무에 대한 규정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수사 개입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은 법에 명시된 장관 권한이지만 단 한차례 밖에 발동된 적이 없는 데다 현 정부의 핵심인사인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서 이를 적용하면 큰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3월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구체적 사건에 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와 각급 검찰청 장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보고 등이 부당한 수사외압의 통로가 돼 왔다”며 개선안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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