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름 돋네” 입소문 탄 ‘변신’ 무서운 흥행 질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름 돋네” 입소문 탄 ‘변신’ 무서운 흥행 질주

입력
2019.09.06 04:40
22면
0 0
엄마도 아빠도 믿을 수 없다. 영화 ‘변신’은 가족을 교란하는 악마를 내세워 공포를 자극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엄마도 아빠도 믿을 수 없다. 영화 ‘변신’은 가족을 교란하는 악마를 내세워 공포를 자극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소리 없이 강하다. 그리고 알차다. 무려 160만명. 영화 ‘변신’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보름간 극장으로 불러모은 관객 수다. 공포가 취향을 타는 비주류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할리우드는 물론, 한국까지 들썩이게 했던 영화 ‘어스’(누적관객 수 148만명)도 제쳤다. 올해 개봉한 공포물 중 성적이 가장 좋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 흥행이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한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아빠와 엄마, 맏딸, 둘째 딸, 막내아들, 그리고 구마사제인 삼촌으로까지, 매번 얼굴을 바꾸어 나타나는 악마는 가족을 교란해 서로를 향한 불신과 분노를 키운다. 오전에는 식칼을 든 엄마로 변신했다가 밤에는 장도리를 든 아빠로 변신해 가족을 공격해 오는 악마의 ‘변검술’이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사실 완성도가 빼어난 영화는 아니다. 언론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았고, 관람객이 평점을 매기는 CGV 에그지수도 8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주연인 배성우와 성동일, 장영남이 티켓 파워를 발휘하는 배우도 아니다. 총 제작비(마케팅비 등 포함) 60억원으로 규모도 비교적 작다. 그럼에도 깜짝 흥행을 일군 이유는 단순하다.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이 “정말 무섭다”는 딱 한마디 입소문이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공포 장르는 관객층이 넓지는 않지만 확고한 수요가 있다”며 “‘무섭다’는 실제 관람평과 예고편에 담긴 핵심 장면들이 호기심을 자아내면서 타깃 관객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한 ‘목격자’와도 비슷한 사례다. ‘목격자’는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도 살인마에게 보복당할까 봐 진실을 외면하는 집단 이기심이 공포의 주체라는 색다른 설정으로 252만 관객을 동원했다.

계란말이가 이렇게 무서운 음식이었다니.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계란말이가 이렇게 무서운 음식이었다니.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변신’도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대상인 가족을 가장 믿지 못할 위협적인 존재로 전복시키는 서사 전략과 자극적인 연출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악마에 씐 엄마가 계란말이를 뜯어 먹듯 입에 욱여 넣는 장면에 “계란말이가 저렇게 무서운 음식이었냐”는 한 줄 평도 달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어디서 반찬 투정 하는 거야” “시금치가 무서워요” 등 극 중 장면과 대사를 패러디한 게시물이 올라오며 놀이문화로 번졌고, 공포물의 주요 타깃인 10, 20대의 관심을 끌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대 관객이 전체 48%, 10대 관객이 7%를 차지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같은 시기 경쟁작들이 2~3% 수준인 데 비해 크게 높았다. 홍보사 호호호비치 관계자는 “예매율이 낮은 대신 현장 구매율이 상당히 높았다”며 “특히 하교 시간대 이후 10대 관객이 몰렸고 동반 관람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변신’은 아시아와 남미 45개국에도 수출됐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12일 개봉하고, 캄보디아에선 20일, 대만에선 27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다음달 24일 태국 개봉도 예정돼 있다. 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일반적으로 판권이 판매되더라도 개봉일이 곧바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변신’의 해외 개봉일이 빠르게 확정된 데는 한국 흥행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