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ㆍ비영리법인 지분 늘려 간접지배… 총수일가 지분율 5년새 0.4%P↓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이 평균 0.9%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을 총수가 있는 51개 기업집단으로 넓혀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평균 3.9%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총수 일가의 자금력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데, 대기업들은 대신 계열사나 산하 비영리법인의 지분율을 높이는 ‘간접 지배’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51개 기업집단의 총수 지분율은 올해 5월 현재 평균 1.9%로 작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친족까지 더한 총수 일가 지분율도 1년새 0.1%포인트 감소한 3.9%로 집계됐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총수 및 일가의 지분율은 더 낮아진다. 상위 30개 기업집단을 △상위(1~4위) △중위(5~10위) △하위(11~30위)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상위그룹의 총수 지분(0.8%), 친족 지분(1.1%)을 더한 총수 일가 지분은 1.9%에 불과해 중위그룹(총수 0.9%, 친족 2.2%), 하위그룹(총수 2.5%, 친족 1.9%)보다 낮았다. 상위 10대 그룹의 총수 지분은 평균 0.9%다.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4.3%(총수 2.1%, 친족 2.2%)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은 5년 새 0.4%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총수일가 외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자사주 등으로 보유한 지분을 더한 내부 지분율(올해 평균 57.5%)은 지난해(57.9%) 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5년 전(55.2%)보다 늘었다. 10대 그룹 역시 2014년 2.8%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이 올해 2.4%로 감소하는 동안, 내부지분율은 52.5%에서 56.9%로 증가했다.
이는 총수 일가의 자금력이 기업집단의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대신, 계열사나 공익법인 등을 통해 새 계열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에 비해 계열회사 지분율이 9.0%포인트(63.5%→72.5%) 증가했는데, 지배회사인 네이버가 100% 지분을 보유한 네이버웹툰이 유상증자에 나선 영향이 반영됐다. 미래에셋도 계열사 출자 비중이 높은 신규 사모펀드(PEF) 4개사와 투자목적회사(SPC) 2개사가 새로 계열사에 편입된 영향으로 계열회사 지분율이 7.3%포인트(24.6%→31.9%) 높아졌다.
대기업들은 기업집단 내 비영리법인(공익법인 등)을 통해서도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36곳이 총 69개 비영리법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124개 회사의 지분 1.39%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113개사, 0.83%)보다 비영리법인 지분 비중이 0.56%포인트 높아졌다.
예를들어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인 삼성문화재단이 삼성생명 지분 4.7%, 삼성화재 지분 2.9%를 보유하고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이노션(9.0%), 현대글로비스(4.5%)를 보유하는 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공익법인(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죽호학원)이 비상장사 6개의 지분을 100%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기업집단 규모가 커지는 만큼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높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도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도 계열사 출자를 통해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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