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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거침이 없다. 소수자와 약자를 겨냥해 모욕과 증오를 서슴없이 쏟아내는 가해자들의 막말은 뻔뻔하게도 당당하다. 피해자들은 되려 움츠려 든다. ‘말도 안 되는 말에 대거리 하는 게 피곤하다’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수록 혐오 표현은 기세 등등해진다. 사회는 법적 규제로 틀어막는 걸 논의한다. 그러나 철학자 유민석씨는 금지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혐오 표현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대항표현(Counter Speech)’, 일명 말대꾸를 제안한다.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일시적 조치다. 차별과 폭력은 수면 아래로 잠복한다. 금지하는 건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팩트로 논박하고, 보편적 정당성을 일깨워주며, 재치 있는 패러디로 도발적으로 맞서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 반격도 필요하다. “이제 혐오가 침묵할 차례다.” 혐오를 무력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치밀한 전략을 제시해줄 수 있는 책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유민석 지음
서해문집 발행ㆍ208쪽ㆍ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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