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단계적으로 의무 이행 사항을 축소해온 이란이 3단계 이행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핵 합의 하에서 제한됐던 핵 관련 연구개발(R&D) 확대가 골자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유럽 측이 핵 합의에서 약속한 이란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한다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핵 합의 이행 범위를 줄이는 3단계 조처로, “6일(현지시간)부터 여러 종류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신형 원심분리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개발하겠다”고 4일 밝혔다.
2015년 4월 이란과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독일 등 간의 합의로 체결된 이란 핵 합의는 원심분리기의 종류와 보유량에 제약을 뒀다. 또 향후 15년간 이란이 신규 핵 시설을 건설하거나 재설계, 또는 용도 전환하지 않는다는 항목도 포함됐다. 이란은 미국이 핵 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된 지난 5월 8일에 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고, 당시 이란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60일 후인 7월 7일에 핵 합의 이행 의무 수준을 더 줄였다.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한도를 넘기는 게 1단계였고, 2단계 조처로 우라늄 농축도를 핵 합의 규정 상한선인 3.67% 이상으로 올렸다. 3단계 조처는 농축 우라늄 농도를 20%까지 높이는 조처가 포함될 공산이 크다. 이 조처는 핵무기 개발을 사실상 선언하는 의미인 만큼 이를 이란이 실행하면 중동 핵 위기를 막을 유일한 ‘희망’인 유럽과 이란의 대화마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평화적 틀 안에서 우리가 필요한 모든 핵 활동을 하겠다”며 핵 합의를 완전히 탈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에 120일이나 시간을 줬지만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유럽에 핵 합의를 지킬 수 있는 기한을 60일 더 주겠다”고 유럽을 압박했다.
하지만 핵 합의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이란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추가적 핵 합의 축소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유럽 핵 합의 서명국(영국ㆍ프랑스ㆍ독일)과 유럽연합(EU)을 대표해 이란산 원유를 선구매하는 조건으로 150억달러(약 18조원)의 신용공여 한도를 이란에 제공하는 내용의 핵 합의 구제안을 제시해 이란과 이를 논의하고 있다.
또 미국은 대이란 제재 부과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과 관련해 기업 16곳과 개인 10명, 선박 11척을 겨냥한 추가 제재안을 내놓았다. 이날 AFPㆍAP 통신 등은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지키겠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더 많은 제재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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