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에 보수가 주어진다면? 너도나도 더 헌혈을 하려고 경쟁이 벌어져 혈액 공급이 늘어나지 않을까.
1950~60년대 실제 영국과 미국이 헌혈을 두고 대조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영국에선 혈액 공급자에게 어떤 보수도 주지 않았으나 미국에서는 대가를 줬다. 또 영국에서는 정부가 혈액의 공급과 분배를 책임진 반면, 미국에서는 민간이 담당했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양질의 혈액이 공급됐지만, 미국은 아니었다. 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 또 사회의 낙오자들이 혈액은행을 찾았다. 질병 감염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면 보수를 받지 못하니 당연히 사실대로 답할 리 없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질이 나쁘고 오염된 혈액이 유통돼 혈청간염, 매독, 말라리아 같은 질병이 퍼졌고 혈액 공급 부족 사태도 일어났다.
‘선물 관계’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이타주의에 기반한 헌혈 시스템이 더 건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나아가 혈액이 인간만이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사회정책의 선구자인 리처드 티트머스가 1970년 출간한 이 책은 영국 복지국가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고전이다. 딸인 앤 오클리 런던대(UCL) 사회정책학 교수 등이 원본을 현대에 맞게 보완해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선물 관계
리처드 M. 티트머스 지음ㆍ앤 오클리, 존 애슈턴 엮음ㆍ김윤태, 윤태호, 정백근 옮김
이학사 발행ㆍ519쪽ㆍ3만원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