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정책세미나… “실손보험 이대론 망한다… 구조 바꿔야” 
[저작권 한국일보]실손의료보험_신동준 기자/2019-09-05(한국일보)

실손의료보험의 영업 손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위기감을 느낀 보험업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실손보험 사업이 망할 상황”이라며 각종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금보다 의료비용 보장 범위를 좁혀 과다한 보험금 지출을 줄이고, 보험료 차등제를 통해 소비자의 과잉 의료 이용을 방지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건강보험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거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고조되는 위기감, 쏟아지는 개선안 

보험연구원은 5일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를 열고 최근 실손보험 손해가 급격히 늘어 보험상품의 지속가능성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의 비율)은 129%까지 올랐다.

손해율 급등은 결국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연구원은 최근의 손해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매년 10%씩 보험료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현재 40세인 실손보험 가입자가 70세에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지금보다 무려 17배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각종 제도개선 제안이 쏟아졌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상품에 ‘보험료 차등제’를 확대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많이 사용하는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적게 사용하는 가입자는 할인해 주자는 것이다. 현재는 실손보험 이용 여부와 관계 없이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구조다. 오창환 보험개발원 부문장은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 미수령자는 55%나 되지만, 전체의 10% 정도인 보험금 100만원 이상 수령자들이 전체 보험금의 72%를 가져가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바꾸고, 가입자가 자기부담률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 보장과 비급여 항목 보장 상품을 구분하고, 비급여 보장 상품의 경우 실손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 비율을 10%에서 50%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되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실제 2017년부터 판매 중인 신실손보험은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대해 자기부담률 30%를 적용해 잦은 진료를 억제하고 있다.

 ◇실제 개선까지는 높은 벽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선은 가급적 넉넉한 보장을 원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개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차등제와 자기부담 확대 등을 제안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고 저항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구조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광범위하게 판매된 기존 실손보험 상품에는 개선 효과가 없는데다, 현재처럼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계속 커지면 실손보험의 수익 구조가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을 줄여 실손보험의 부담도 줄일 것으로 예상됐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 역시, 최근 시행 이후에도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청구액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실손보험의 수익성 개선도, 건강보험의 보장률 확대 목표 달성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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