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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중동이 중국으로 기우는 이유

입력
2019.09.09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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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문을 앞두고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가로등에 오성홍기와 사우디 국기가 게양되었다. 포토아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문을 앞두고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가로등에 오성홍기와 사우디 국기가 게양되었다. 포토아이

중동 지도자들은 중국의 호감을 사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미국 정책에 대한 역내 비판이 들끓는 가운데, 정치엘리트들은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다양한 양자협정을 체결하기에 분주하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4년부터 여섯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아직 중국과 중동 각국 정부의 협력은 대부분 에너지와 경제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점차 국방 등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자국 교육과정에 중국어 과목을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나라와 다른 중동 국가들이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위구르에 대한 중국의 박해를 두둔해온 점이다. 서방에서는 이를 무자비한 탄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두 질문을 제기한다. 중동 국가들이 왜 중국에 베팅할까?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지역에서 중국은 국제정치적 공백을 어느 정도까지 채울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중동 각국이 중국으로 기우는 새로운 상황은 혼란스럽다. 보수 아랍정권은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중국을 의심했으며, 1980년대 또는 1990년대 초에만 외교관계를 맺었다. 또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오랫동안 안보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들 미국 동맹, 특히 이집트, UAE, 사우디는 이제 중국과 포괄적 전략적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은 워싱턴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민감한 기술에 관한 중국과의 협력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중국 정보통신기업인 화웨이와 ZTE의 이스라엘 시장 진출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스라엘의 예는 적어도 중동에서 동맹과 협력관계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역내 영향력에서 미국과의 우열을 고려해 중국은 중동국 정부가 미중 양쪽 중 한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걸 피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미국은 동맹국이 분명한 편들기를 요구한다. 대부분 중동 국가들은 이제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양국 모두와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중동 국가들의 매력적인 파트너가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중국 경제는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지도자들은 민중 봉기와 민주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중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는 경제적 연결성, 에너지 자원의 안전한 흐름, 그리고 지역 투자보호다. 중국은 정치 이념이 아닌 상품과 물자를 중동에 수출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처럼 많은 중동 정권들도 실질적 정치 개혁보다는 경제 성장과 발전을 통해 정당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2011년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는 몇몇 정부는 사우디의 ‘비전 2030’과 쿠웨이트의 ‘비전 2035’ 같은, 생활수준 향상을 목표로 하는 야심 찬 국가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정치 개혁 없이 성공적 경제 발전을 이룩한 중국은 자연스럽게 아랍권 독재자들에게 큰 호소력을 갖게 됐다.

마지막으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강한 유대관계는 중동 통치자들이 서구와의 어려운 관계를 돌파하려 할 때 매력적인 옵션으로 보일 것이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지 불과 몇 개월 만인 올해 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아시아로 날아간 것은 좋은 예다. 서방이 외면하는 동안, 이 사우디 왕세자는 아시아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국제적 이미지를 정상화하려 했다. 2013년 이집트 유혈쿠데타의 여파와 중국의 진출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됐다.

이란은 질적으로 다른 사례지만, 심해지고 있는 서방으로부터의 고립이 중국과의 협력을 긴밀하게 하고 있다. 미국이 2015년 이란 핵협상을 파기하고 제재를 다시 가한 이후,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이란에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문제였다. 그 결과 중국은 전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취했으며 이란에 양자 협약 및 무역에 대해 중국이 제시하는 조건을 관철시켰다.

물론 중국은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이나 시리아 사태처럼 중동이 당면한 매우 까다로운 정치ᆞ안보 역학관계의 해결에는 실질적 역할을 할 능력이 제한적임을 알고 있다. 여기서 미국은 여전히 제1차 역외 이해관계자다. 하지만 미국의 힘이 중국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이 지역 내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 지부티와 파키스탄 과다르에 해군기지가 있음에도 중국은 중동에서 어떠한 정치적 역할도 추구하지 않는다. 특히 걸프 지역의 ‘안보 우산’을 통해 역내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미국의 목표는 중국과 중동 국가들 간의 경제 및 에너지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동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은 매우 업무적이며, 민감한 지정학적 문제를 피하며, 통치자들이 미국에 대해 갖는 불만을 자본화하여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제이익을 증진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중동만큼 불안정한 지역에서 그런 접근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다.

갈립 달라이 옥스포드대 객원교수ᆞ중동문제 전문가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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