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3일 로마에서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관한 온라인 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기성 정치권에 반대하는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좌파 연립정부를 꾸리게 됐다. 지난달 오성운동과 극우성향 정당 동맹의 ‘포퓰리즘’ 연정이 붕괴한 이후 고조된 정국 위기가 새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책 방향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성운동은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민주당과의 연정안에 대한 온라인 당원 투표 결과, 79.3%(6만3,146명)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20.7%(1만6,488명)에 그쳤다. 당초 투표 전까지만 해도 성향을 떠나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동거가 가능할지 여부에는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반체제를 표방하는 오성운동 입장에서 민주당은 부패와 구세력의 대표격이기 때문이다. 실제 당원 대상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연정안 찬성과 반대가 각각 51%, 40%로 나타나 가결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 연정 지지는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조기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느니 민주당과 타협을 통해 정권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오성운동 당원들의 현실적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양당 정책협상 과정에서 오성운동 측 공약이 대거 받아들여진 점도 연정안 찬성 쪽으로 표심이 기운 원인으로 거론된다. 영국 BBC방송은 “양당이 합의한 26개 정책 초안 중 오성운동이 제안한 20개 방안이 모두 수용됐다”고 전했다.

일단 최대 현안인 경제정책은 공공재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기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 △최저임금제 도입 △부가가치세(VAT) 인상 계획 철회 △교육ㆍ복지ㆍ연구 예산 증액 등 ‘사회정의’ 실현을 목표로 한 정책도 뼈대를 갖췄다. 난민정책은 지난 연정과 확실한 차이를 보일 분야로 꼽힌다. 연정은 오성운동-동맹 연정 시절 허락 없이 자국 영해를 침범하는 난민 구조선에 막대한 벌금을 물리기로 한 강력한 반(反)난민법을 국제기준에 맞게 완화하기로 했다.

차기 내각 수장을 맡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의회 신임 투표를 거치면 새 정부는 공식 출범한다. 연정 구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한 달도 안 돼 시민이 참여한 새롭고 투명한 방법을 통해 안정을 되찾았다”고 연정 구성을 반겼다.

다만 일부 오성운동 당원이 여전히 민주당과의 협치를 불신하고 있는 점, 야당으로 돌아가긴 했어도 동맹의 입지가 건재한 점 등은 새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동맹은 지난달 31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31.8%의 지지율을 기록, 오성운동(24.2%)과 민주당(22.3%)을 제쳤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새 연정은 동맹을 향한 증오로 단합했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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