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 “애국과 수익은 별개 문제… 당장 수익 내기 쉽지 않아 중장기 접근 바람직”
기술ㆍ소재 분야 ‘극일(克日)’을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에 고위 공직자들의 릴레이 가입이 잇따르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통령 펀드’라는 이유로 별 고민 없이 투자에 나서지는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펀드가 수익을 내려면 투자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최소 수년의 기간이 필요할 거란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 이은 릴레이 투자 잇따라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탄생한 필승코리아펀드는 국산화가 됐을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부품ㆍ소재ㆍ장비 기업 등 주식에 중점 투자하는 펀드다. 운용보수의 절반은 관련 분야 대학의 장학금과 연구소 지원에 쓰일 계획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하 NH아문디)이 운용하는 필승코리아펀드(주식형)의 운용수익률은 3일 기준 1.09%로 집계됐다. 펀드가 출시(지난달 14일)된 지 한 달도 안 됐다는 점에서 "아직 수익률을 따지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펀드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의 가입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국무위원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릴레이로 가입 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면서 필승코리아펀드 자산총액은 현재 약 428억까지 불었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 전망에 신중한 모습이다. “당장의 수익보다,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정책 일부 기업은 급성장세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실적 개선까지 나타나려면 최소 2~3년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국산화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에는 이미 시장 기대가 선반영돼 있어 큰 폭으로 더 뛰긴 어렵다”며 “앞으로도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형 펀드인 만큼 전반적인 국내 증시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황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애국펀드라곤 하지만 내용 면에선 여느 주식형 액티브 펀드와 다를 게 없다”며 “나 홀로 초과수익을 거두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고수익 기대하긴 어려워”
실제 앞서 역대 대통령들이 조성했던 펀드의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못했던 점도 수익 전망을 흐리는 요소다.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펀드'(이명박 대통령), 통일이 되면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통일펀드’(박근혜 대통령) 등은 단기간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대체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채 시장에서 퇴출됐다.
사실 필승코리아펀드는 지난해 출시 예정이던 통일펀드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NH아문디 측은 지난해 5월 ‘하나로코리아’라는 이름의 펀드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는데, 이는 남북 경협이 늘어나면 수익이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유사 펀드가 시중에 나와있던 터라 실제 출시는 이뤄지지 못했다. NH아문디 측은 “일본 경제보복에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필승코리아펀드를 빨리 출시할 방법을 찾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운용은 하지 않았던 하나로코리아펀드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력을 보면, 향후 필승코리아펀드도 투자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바뀔 지 장담하기 어려운 셈이다.
또 필승코리아펀드는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상품이다. 80% 이상을 주식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은 ‘높은 위험’(2등급)으로 분류된다. NH아문디 관계자는 “일반인은 한 번에 거금을 넣기보다는 적립식으로 분산 투자하고, 10% 이상 수익이 나면 환매한 뒤 재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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